잘라냄은 다시 시작하기 위함

원예수업으로 배우는 관계 기술, 꺽꽂이로 배우는 관계 철학

by Jung히다

"꺾꽂이로 배우는 사람 사이의 거리"

요즘 나는 식물에게 사람 관계를 배운다.
특히, 꺾꽂이라는 식물 번식 방법을 통해서.

꺾꽂이는 기존의 가지에서 하나를 잘라, 물이나 흙에 꽂아 새 생명을 키워내는 일이다.
조심스럽게 잘라낸 줄기는 처음엔 상처받는다.
하지만 충분히 안정된 환경 속에서, 자신만의 뿌리를 내리고 다시 살아난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문득,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관계도 잘라야 살아나는 때가 있다


누군가와 너무 가까워서 숨이 막힐 때가 있다.
애써 참았지만, 더는 견디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땐 꺾꽂이처럼 잠시 가지를 잘라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이기심이 아니라, 서로를 지키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거리를 둔다는 건 다시 관계를 망치겠다는 뜻이 아니라
서로가 제자리를 찾기 위한 시간이다.



적절한 환경이 있어야 관계도 뿌리내린다.


물꽂이를 할 때 중요한 것은 햇빛과 습도, 온도다.
관계도 그렇다. 아무리 좋은 마음도, 적절한 환경이 없으면 오해와 상처로 시들 수 있다.

‘그 사람과 나 사이에는 어떤 환경이 필요할까?’
– 서로 다정할 수 있는 거리
– 말을 아껴주는 온도
– 침묵을 이해하는 습도

관계란, 결국 서로가 뿌리내릴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꺾꽂이는 나를 키우는 일이다.


식물을 돌본다는 건, 단순히 식물만 자라는 일이 아니다.
나는 매일 나의 식물에게 물을 주며, 동시에 나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식물이 나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내가 그 식물을 닮아가고 있었는지도.



잘라냄은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야.


“이 관계를 키우며 바라는 나의 변화는?”
“지금 내가 심어야 할 마음 한 줄은 무엇일까?”

이제 관계에 지쳤을 땐, 꺾꽂이 하나 해보자.
식물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말이 있다.
“잘라낸다고 끝나는 게 아니야. 거기서 다시 시작되는 거야.”

식물에게 사람의 길을 배우는 중이었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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