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이해하기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아주 가벼운 숨처럼 ‘왜?’라는 질문을 내뱉는다. 누군가의 말투가 조금 달라졌을 때, 뜻밖의 사건이 생겼을 때, 심지어는 스스로의 감정이 영문 없이 흔들릴 때도. 마치 이 작은 단어 하나면 세상이 조금 더 또렷해질 것처럼.
사실 ‘왜?’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의 부산물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라는 질문을 쉽게 던지는 데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심리학적 기제가 있다.
첫 번째, 인과성(원인)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세상을 원인-결과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이를 인과적 추론(causal reasoning)이라고 하는데, 불확실한 상황에 처했을 때 원인을 알면 통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왜 그 사람이 저렇게 행동했지?” → 행동의 원인을 알면 불안이 줄어듦
“왜 이런 일이 생겼지?” → 다음에 대비할 수 있다는 느낌을 얻음
즉, ‘왜?’는 불확실성 감소 장치이다.
두 번째, 통제감(Control)을 회복하기 위한 욕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인간은 자신의 삶을 내가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원한다.
무언가 이해되지 않거나 예측 불가능할 때 통제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왜?’를 묻게 된다. 원인을 알면 상황을 “내가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느낀다.
모르고 지나가면 마음이 불편하다 →이때 ‘왜?’ 질문으로 통제감을 회복한다.
세 번째, 인지 구두쇠(Cognitive Miser)가 작동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에너지를 많이 쓰기를 싫어한다.
‘왜?’는 가장 짧고 간편한 방식으로 많은 정보를 얻는 전략적 질문이다.
긴 질문보다 단순히 “왜?”라고 하면 상대가 알아서 설명해 준다
다시 말하자면, 적은 노력으로 많은 인지적 보상을 얻는 방식이다.
즉, ‘왜?’는 효율이 매우 높은 질문인 셈이다.
네 번째, 사회적 정보 수집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이해와 예측이 중요하다.
‘왜?’는 상대의 생각, 의도, 감정, 규범을 빠르게 파악하는 수단이다.
예를 들자면 “왜 그렇게 말해?” → 상대의 가치관 파악
“왜 그 선택을 했어?” → 관계에서 충돌을 줄임
“왜?”는 관계 유지와 사회적 안정성 확보의 기능을 가진 질문이라는 것
다섯째. 설명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애매하고 모호한 것을 싫어한다.
의문이 생기면 뇌는 그 상태를 해소하려고 ‘왜?’를 던진다.
“왜지?”라는 상태는 뇌에게 스트레스.
설명을 듣는 순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쾌감을 느끼게 된다.
즉, ‘왜?’는 모호성에 대한 불편함을 줄이는 심리적 해소 도구이다.
여섯째, 자기 이해 욕구(Self-Understanding)가 있기 때문이다.
‘왜?’는 타인에게만 하는 질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계속 던지는 질문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느끼지?”
“왜 이렇게 선택했을까?”
이는 자기 성찰, 자기 발전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심리학적으로 ‘왜?’는 자기 정체성 확립의 수단이라는 것
결론, 사람들이 ‘왜?’를 쉽게 묻는 이유는 불확실성 줄이기, 통제감 얻기, 최소한의 노력으로 정보 얻기, 사회적 관계 파악, 모호성 해소, 자기 이해의 출발점이다.
결국, 인간이 더 안전하고, 통제되고, 연결된 상태를 원하기 때문에
‘왜?’라는 질문을 습관적으로 던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