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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히다 Jan 09. 2021

집, 돈이 이제와 왜 중요한 거죠?

어른 일기

작은 아들이 장가를 간대요.

철없는 엄마는 박수를 쳤어요. 좋아서.
그런데 현실적으로 출가시킬 준비도 안 해놓고 박수만 쳤던 거예요


계산도 아주 수월하게 숫자로만 내보니 6억이 금방 해결되겠더라고요.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5000만 원에 부조금 7000만 원 그동안 보험료랑, 용돈 준거 부풀려 3000만 원,  

1억 5000만 원 무리 없이 가능. 그러니 양가 1억 5000만 원씩 *2건 해서 3억,

신랑, 신부 각각 1억 5000만 원씩 보태 3억, 합이 6억. 오래된 아파트 전세되겠네.

아이 얼굴에 주름살이 펴지더라고요.  clear!
그러나 그때부터 제가 고민이 생겼어요.

현금 보유력이 없는 월급쟁이가 뚝딱하고 1억 5000만 원을 어디서 마련해요.

장가간다고 손뼉 치며 좋아했는데 준비 안된 엄마의 박수소리를 어디 가서 해결하나요.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팔 수밖에.

현금 유동성이라고는 현재 제가 살고 있는 지방 아파트 한 채와 가족이 살고 있는 서울 아파트 한 채 밖에 없는데. 암튼 어디 쪽이든 정리해야 해요. 가족원 중 일부는 남의 집에 살아야 하는 현실이고, 아들 장가보내는데 보태야 하고, 세금 줄이려면 팔아야 해요.

누가 봐도 혼자 살고 있는 제 집이 우선 매물 감이겠죠.
부동산에 내놓았더니 당장 계약하재요.
이 엄동설한에. 그건 아니었는데. 조금 따뜻한 5월쯤 팔렸으면 했는데...
그런데 더 난감한 건 제가 살고 있는 혁신도시에 돌아앉을 셋집이 없다는 거예요.
아직 이곳에서 11개월은 더 있어야 하는데...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태어나서 이렇게 시간만 나면 복잡하게 고민해보기는 처음입니다.
차 한 모금 마실 때마다 자꾸 혼잣말로 

"집, 돈이 이제와 왜 이렇게 중요한 거지?"라고 중얼대니 그이가 그럽니다.

"중요하지."
"당신만 그걸 모르고 살아온 거지."
그런가 봐요. 맞아요. 뭐든지 고민은 안 키우는 성격이라 그냥 살아왔어요.

이 사람과 결혼하면서 유일하게 100% 일치했던 것은 인생 목표였어요.

 "즐기고 누리며 살자"
저축하느라 아등바등하지 말기. 

보험 빵빵하게 들어놓고 보장 잘 받으며,

신나게 여행 다니기.

입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다 하기. 

오페라, 뮤지컬 등 공연 1년에 4번 이상 보기

유명화가 그림전시회는 아까워하지 않고 관람하기

아이들과 함께 4인 가족이 다양한 경험 하면서 해피했죠.
그런데 또 떠 오릅니다.

"집, 돈이 이제와 왜 이렇게 중요한 거지?"

그가 배고프니 식사나 하자고 제안했지만

듣는 둥 마는 둥 나 혼자 또 중얼거렸나 봅니다.
"집, 돈이 이제와 왜 이렇게 중요한 거지?"
드디어 그 사람이 큰소리를 냅니다.
"이적까지 해피했으면 됐지. 뭐가 고민이야. 살던 대로 살아~."
"그냥. 퇴직 때까지 집 안 팔겠다고 부동산에 다시 이야기해~."

그 사람의 큰소리로 단박에 정리가 되어 버렸어요.

심플해졌어요.  

중요한 것도 없어졌고.
지금 당장 집 안 팔고 다른 방법을 모색하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주도적으로 삶을 자신 있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었더라고요.

가끔은 옆에서 함께 웃어주고 함께 생각을 정리해준 누군가가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그 주인공이 이 사람이었구나'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어요.

늘 주변에 있는 나의 직장 동료와 학창 시절 친구들뿐이라고 자신하면서 '호호', '하하 ', '그래그래 '해왔거든요.

결국 내게는 그이를 뺀 주변 사람이 아니라 그이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었던 거예요.
그러나 아직까지 돈, 집이 중요한 건 사실이라는 생각이 조금은 남아있어요.
조금 늦은 듯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조금은 중요해'라고 생각하며 살아야겠어요.

왜냐하면 주변 사람에 포한된 그이가 그랬잖아요.

"중요하지."  

"당신만 그걸 모르고 살아온 거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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