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고양이 자매에게 _ 말없는 고양이가 말 배운 사연
고양이는 야생성이 살아 있기 때문에 굳이 소리를 내는 위험수를 두지 않는다. 오다가다 눈빛을 튼 길 고양이와 대화를 시도해 보라. 그 아이는 적어도 50cm에서 1m의 거리를 두고 서거나 앉아서 눈빛으로 얘기할 것이다. 당신을 신뢰하는 아이키스 혹은 긴장 푸는 그루밍 그러다가 마음이 열리면 다가와 몸을 비빈다거나 그릉그릉 몸을 울려 소리를 낼 것이다. 야옹 정도를 하려면 꽤 오랫동안 고양이에게 말을 걸고 내가 혼잣말 처럼 하면서 대화를 했을 때, 가능해지긴 한다.
이미 나는 힌트를 주었다.
고양이의 야옹 소리를 들으려면 긴 시간 서로의 존재를 관찰하는 학습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우리 집 아띠와 루카만 해도 참 기구하다. 엄마 고양이랑 잘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헤어져 모르는 서서 걷는 큰 고양이 집에 가게 되었다. 갔더니 엄마는 없고 엄마랑 털색깔이 다른 네발로 걷는 고양이들이 있고 두발 고양이가 자꾸 말 시키고 밥 주고 사냥 공부도 시켜줬다. 그러다가 좀 있으니 물에다 몸을 담가 씻기고 또 처음 보는 두발 고양이에게 던져놓고 사라진 것이다. 처음 보는 두발 고양이는 자기를 언니라고 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맨날 눈 쳐다보면서 껌뻑거리고 벌벌 떨면서 발톱 깎고, 조금만 아파도 질질 짜면서 끔찍한 온갖 동물 냄새가 섞여있고 따끔 주사 놓는 두발 고양이가 있는 곳(병원)에 데려갔다.
아하, 근데 아무래도 이 영역에서는 꽤 오래 살아야 하는 것 같은데 스스로 언니라 부르는 두발 고양이가 주로 자기들을 돌본다. 뭘 자꾸 갖고 와서 사냥 놀이도 하고 화장실도 치워주고 사료도 준다. 아무래도 언니를 알아야 자기들도 살 것이라는 본능을 느꼈을 것이다. 타고 올라가 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치마밑이 아늑해서 잠도 자고. 살살 빗질도 잘하고 가끔 맞춤하게 궁둥이팡팡도 괜찮다. 점점 돌보는 스킬이 늘어나 같이 있는 것이 익숙하고 편해졌을 것이다.
그러다가 네모난 것(노트북) 화면이 밝아지면 두드리며 자기들을 본체만체하니까 나를 보라고 자판에 올라가 드러눕는 몸의 언어를 보여줬다. 자판에 드러누워 눈으로 빤히 보다가 깜빡 아이키스 하면 언니가 꺄르르 좋아하면서 소리를 낸다. 구석에서 놀고 있을 때 뭐라고 하는데, 그게 주로 자기들을 부르는 특정 소리를 반복하더라.
자세히 보니 두발 인간들끼리 뭐라 뭐라고 하면서 얘기도 하고 자기들에게 밥 줄 때 특정 언어(이름)를 부르면서 밥 주고 말 시키고 낚시 놀이 잘하면 이름을 부르며 쓰담하면서 궁디 팡팡하고 맛있는 걸 준다. 저 소리는 어떻게 내는 것일까. 언니와 잘 살려면 아무래도 저런 소통을 배워야겠는데...
이렇게 엄청난 집중과 관찰을 통한 학습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두어 달 즈음 불임 수술을 시킬 즈음 아이들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프다는 울음을 끙끙 냈고 나는 더없이 미안했고 계속 말을 걸면서 애들 옆에서 쓰담쓰담, 애들은 내 속을 파고들며 뭐라 뭐라 웅얼거렸다.
루카는 거의 애기 때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무섭거나 위험할 때가 아니면 소리를 듣기 어려운 고양이었다. 주로 아띠 곁에서 맴돌면서 나와도 거리를 좀 두었는데 불임 수술 이후 자주 내게 다가오고 붙어있으려고 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대수술 후 돌보는 나와의 거리가 좁아졌다.
아띠는 아웅 소리를 밥그릇 앞, 장난감을 갖다 놓고 했는데, 그 소리에 내가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을 일치감치 알았다. 수술 후에는 더욱 뭔가 필요하지 않아도 애교를 부릴 때도 아르릉 요런 귀여운 소리를 내거나 아앙 정도로 자다가 대답을 한다.
루카는 아마 아띠가 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좀 늦은 학습을 하였을 것이다. 자라는 동안 내내 그랬다. 아띠가 올라가는 곳을 한참 지켜보다 올라가고 아띠가 들어가 본 곳을 유심히 보다 발을 디뎌보고.
어느 날 스크래쳐에 앉아 있다가 루카가 처음으로 나를 불렀다. "으아아아냐앙." 오메 이 병아리 소리는 뭐람. 쪼꼬미가 으아앙 이라고 높은 고음의 삐약이 같은 소리를 내어서 나는 "루카가 언니를 불렀어?"라고 아이키스를 하며 쓰담과 궁디 팡팡 살살했다. 그 뒤로 종종 루카도 삐약이 소리로 나를 불렀다. 소리를 내어 나와 소통을 하려는 고양이들에게 마음이 짠하고 흔들렸다.
생존의 욕구로 온 힘을 다해 나를 관찰하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훈련해서 이룬 성과이다.
"정말 너희들 언니가 애쓰는 것보다 더 큰 삶의 에너지겠지. 언니가 잘할게."
그날 밤에 또 혼자 눈물이 글썽.
십 년이 지나고 같이 잠을 자는 시간이 몇 배가 되는 요즘.
아띠는 나와 대화를 나눈다. 사람의 언어가 아니어서 그렇지 나를 바라보고 손으로 원하는 장난감, 밥그릇 앞에 앉아서 아웅 한마디로 다 전하다. 그리고 늦은 날은 엄중하게 꾸짖으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카랑카랑하다. 자다가 졸릴 때에도 귀엽게 대답해 준다. 귀찮지만 언니가 말 시키면 의미가 없더라도 난 무조건 대답해 이 느낌. 아띠는 사람을 보면 척 안다. 자기가 원하는 걸 주고 자기를 예뻐할 것인지, 그리고 다가가 눈 마주치면 아웅~ 여우 같은 고양이.
루카가 병아리 소리 같아서 다 크면 소리가 달라지지 않을까 상상했는데 루카의 삐약이 소리는 변함없다. 여전하다. 사람이 있을 때 소리를 잘 안 내고 거의 나에게만 들려주는데, 가끔 기분이 좋거나 뭔가 맥락이 없이 지맘대로 아웅 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오모하는 표정으로 녹는다. 새까만 삐약이처럼 아웅 하니까 너무 귀여운 것이지.
얼마 전 천둥 번개가 친 새벽이었다. 나도 깜짝 놀라서 눈이 번쩍 떴다. 거실에서 자던 아띠가 와아아아아아웅우우우우웅 하면서 뛰어와서 내 눈앞에 앉았다.
"아띠야 왜 그래. 괜찮아." 눈이 동그래져 있는 아띠.
"아아아아웅우아우아아아아우아우우우웅!" 뒤늦게 쫓아온 루카도 거들었다.
"우앙, 아아앙"
"아구 우리 아띠 놀랐구나. 괜찮아, 언니 여기있어 이불로 들어올래.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는 의미인 아이키스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계속 괜찮다는 말을 했다.
괜찮지 않은 우리 아띠와 루카는 합창했다.
"우아어어아아아아아우아우앙우어어어우아아아아,"
"아아아앙아앙앙아."
"알겠어, 그래그래 우리 고양이들 놀랐네 놀랐어. 언니도 놀랐다야. 괜찮아.
근데 내가 그런 것은 아니야, 따지지 마."
분명 둘은 내게 따지고 있었다. 이거 집안에서 큰 소리가 나고 바깥에서 번쩍했다고 왜 그런 거냐고.
일어나서 간식 좀 먹이고 쓰담쓰담하며 재웠다. 그때 분명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필생을 다해 익힌 말에 감정을 실어서 놀란 자신들의 상태를 내게 전하고 있었고 불편한 상황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는 것을. 기특하고 사랑스럽고 학습하는 고양이들이 고맙다.
다음에 어떤 말을 내게 할까 기대를 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기력은 쇠퇴해도 아마 말과 소리를 내는 실력은 더 늘어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계속 관찰하고 지켜보니까.
사랑은 서로에게 집중하고 알아가는 노력이라는 걸 고양이들을 보며 배운다.
2024. 9. 3 아, 마감 끝 9분을 넘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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