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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Oct 11. 2024

"저절로 다 된다, 소원성취"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cups 9. 소망의 카드

 마더피스 타로카드의 cups 9 카드 이미지

인간의 삶과 닮은 신의 세계

지구에서 인간이 신이라 부르는 존재들은 살아있는 미지의 생명체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한다. '신'이라고 불리는 존재는 인간의 마음과 자연이 닿은 자리에 생긴 염원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신을 들여다볼 때 그 신을 마주한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한다. 흥미로운 세계이다.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지만 비슷한 생존의 문제에서 비롯한 소망과 희구, 공포 불안을 담은 신이 때로 벌을 주고 때로 구원한다. 


어릴 때 북유럽의 신들은 축축하고 숲의 냄새로 상상했고, 그리스는 반짝반짝 태양빛과 바다, 이집트는 화려함 자체이며 중동의 신들은 내기를 좋아한다(순전히 아라비안 나이트 덕분)고 여겼다. 한국의 신들은 단군신화와 옛이야기에서 만났을 때는 귀엽다였는데 자라서 무속 굿에서 발견한 신들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 한국사람들 그 자체이구나. 경계가 있으나 한순간에 허물기도 하고 성격이 급하기도 하고 웃긴다. 

북미와 남미 신들은 멋있고 대자연 그 자체이다. 아프리카의 신들은 가장 오랫동안 사람의 문화와 맞닿아있어 그네들의 모습 그 자체로 다가온다. 신과 인간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고 느낀다. 역사와 너무 깊이 오래 닿아버린 중국의 신들과 기괴하기도 하고 습한 바다 냄새가 나는 일본 신들이 있다. 내가 가까이 느끼는 신들은 한국 무속 신, 불교의 신들과 그들의 자매, 남매 급인 힌두신들이다. 한국과 가장 가까운 일본 신들이 가깝게 느낄 수 있는데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섬과 육지 문화의 차이는 거리가 먼 타국가보다 더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런 신에 관한 관심으로 꽤나 다양한 신들의 세계를 만나봤다고 자부하는데 마더피스 타로를 만나고 와장창 다 깨졌다. 사라진 여신문화를 탐색하면 역사시대 이전의 기록에서 사라진 수많은 존재들 앞에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런 신도 다 있구나, 삶의 유머와 즐거움을 토우, 테라코타로 표현했구나 감탄이 절로 난다. 벽에 그린 사람과 동물에 관한 상상 속 존재들, 자연 현상을 인격화한 형태, 스케치, 조각들..

1885년 아편 양귀비 삽화. 위키피디아에서

마더피스가 알려준 신기한 신, 포피 여신

오늘 만날 여신은 근현대 역사에서 중독의 공포를 불러낸 식물과 관련 있다. 청나라의 아편, 마약 헤로인의 원료인 양귀비이다. 당황스럽게 마약 재료가 소망을 이루어주는 소원성취와 낙천성의 극치를 표현하며 내가 원하는 바가 직관을 통해 저절로 이루어지는 느낌을 선물한단다.

처음에 포피여신이라고 해서 어떤 여신인가 했더니 선생님이 양귀비라고 해서 공부하던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시 생각하니 고대로부터 진정제와 진통제로 사용한 약제였다는 것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과거에는 집안에 양귀비 하나 대마 2~3대가 있어서 급할 때 환자에게 사용했다고 전한 얘기도 떠올랐다. 마약 성분을 뽑아내 대량 생산하고 중독을 조장한 현대사회가 문제이지 양귀비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양귀비 꽃은 더없이 아름답다.

양귀비 여신, 포피여신이라는 존재가 있구나 새삼 알게 되었고 형상을 찾아 구글을 뒤졌더니 귀엽고 다양한 포피여신 상이 지중해에 그득했다. 

포피여신상 모음. 에게해 크레타 문명 지역에서 발굴

cups 카드의 감정, 기복의 파도타기를 지나면 등장하는 소망과 소원카드

타로카드의 컵은 감정 그 자체이다. 카드 리딩에서 컵이 나올 때에는 질문에 따른 성과나 미래의 성취할 것들을 암시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자의 마음과 정서, 심리를 나타낸다. 컵은 물의 성질을 가진 카드이기에 감정 변화가 심하고 담은 그릇에 따라 상태에 따라 다른 컬러와 깊이를 가진다. 때로 가볍고 즐겁고 축복, 충만이 가득하다가도 불안과 두려움 슬픔, 혼돈과 알 수 없는 심연 그 자체이기도 하다.


컵 카드가 일과 돈 이런 현실적인 질문에서 나올 때에는 질문자의 마음 상태를 물어보고 들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심리적 불안과 혹은 기대감이 더 크게 작동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일이 잘 된다고 해도 다시 불안과 두려움의 패턴이 등장할 확률이 높다. 마음을 살피고 나도 모르게 돌아가는 마음의 길을 스스로 알 수 있게 같이 읽어주면 다음 선택지에서는 반복해서 악순환이 생기는 것을 어느 정도 막거나 혹은 알고 갈 수 있는 기회이다. 


두려움과 불안이 툭툭 튀어나와 그림만 봐도 이거 뭐예요, 안 좋은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컵 카드들의 파도타고 지나 가면 아홉 번째 목욕탕 같은 카드가 나온다. 중심부에 두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여주며 서있는 조각상이 포피여신이다. 목욕탕이라고 썼지만 소원을 들어주는 우물이다. 로마의 트레비 분수처럼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이루는 행위가 바로 이 포피여신의 샘에서 비롯되었다. 손바닥을 보여주는 행위는 나를 거짓 없이 다 드러냄을 상징한다. 오래된 행위이며 현대사회의 전쟁이나 폭력 앞에서도 손바닥을 드러내 들고 있을 때 함부로 총을 쏘거나 죽이지 않는 이유이다. 남신의 사회에서 패배의 사인이지만 원래는 나는 숨기는 것이 없기에 당신을 위협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다. 진정한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행위이자 신에게 소망을 비는 행위였다.

텀블링을 하고 느긋하게 누워있는 사람들은 우물에 제물을 갖고 와서 바친 후 소망을 말하며 신나게 놀고 있다. 그들의 뒤로 세 그루의 버드나무가 있다. 마더피스에 종종 등장하는 버드나무는 물가에 자라고 아스프린의 원재료인 치료제였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촉촉하고 신나는 삶의 소망이 이 카드에 담겨 있다. 


 소원 성취의 의미를 뜯어보자, 나의 진정한 소망은 무엇인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부귀영화와 벼락처럼 돈이 많아지는 것, 남보다 더 잘되는 것, 권력을 가지는 것 이런 소망을 다루고 있지 않다. 신조차 어이가 없는 것 아닌가. 모든 결과에는 이유와 과정이 있고, 만약 과정 없이 성취한 결과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포피여신이 관장하는 소망은 찾아온 이들이 의심 없이 감정에 자신을 열고 소망했을 때 사람들이 내가 바라는 것이 저절로 된다는 느낌을 갖고 직관의 삶을 사는 것이다. 스스로를 부정하고 안된다고 하는 것들이 몸이 허락한 낙천성을 갖고 스스로를 신뢰하는 시간으로 들어간다. 이런 변화는 비로소 오랫동안 바랬지만 안될 것이라 포기한 작업, 결과들이 내 것으로 '되는' 상태에 이르러 뭔가 결실을 맺는다.

포피 여신의 샘가에 모여 소원을 비는 사람들은 긍정의 세계로 나아가는 변화를 공중돌기와 물구나무서기 드러누워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소원, 소망, 희망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것이 뭐가 그리 어렵다는 것인가 질문을 던지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현실의 작고 큰 좌절 속, 계층 간의 타고난 물질적 소유의 격차가 커지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원하는 것이 이루어진다는 말은 희망고문에 가깝다. 심지가 내가 그런 소망을 가져도 되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자체가 자격이 없고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 얘기를 듣고 마음이 슬퍼서 밤에 자다가도 눈뜨면 한숨이 났다.

누구나 소망을 가질 수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스스로 자격이 없다 느낀다는 인식이, 이 사회가 도대체 어린, 젊은 친구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끔찍한 폭력 그 자체를 보여준다. 집단 우울과 불안은 폭력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가 이어갈 희망 없는 시대, 파편화된 존재로 살아갈 세계가 자꾸만 그려진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 혼자서 산다는 감각만 남은 세계. 이성의 중요성 개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미국과 유렵에서 현대 철학이 집단과 공동체성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대 사회 인류의 문제 때문이다. 


소원이 이루어짐은 소유의 배부름이 아나라 기쁨의 감정이다

원초적으로 우울기저가 있는 나도 역시 소망, 희망을 비웃었지만 살면서 작은 소망과 기도, 바람이 이루어지는 경험이 또 다른 기대를 품고 한 발을 딛게 만드는 용기를 만든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할머니가 하루만 더 우리 집에서 나랑 자고 갔으면, 엄마가 오늘 내가 좋아하는 호박잎을 삶아서 된장을 쌈 싸 먹게 해 줬으면, 언니들이 나랑 놀아줬으면, 아버지 돌아오실 때 책 사 갖고 왔으면, 내가 마음이 가는 친구가 말 걸어 주었으면, 좋아하는 선배가 나를 좋아했으면, 우리의 사랑이 계속되었으면, 지금 하는 일들이 기쁨과 만족을 주었으면, 예술이 사람들 곁에서 제 할 일을 했으면, 사랑하는 이들이 건강했으면, 내 고양이들이 수술이 잘되어서 무사히 회복했으면, 내 마음이 비굴해지지 않았으면. 

아주 어릴 때부터의 최근까지의 나의 소망들이다. 나도 돈 많았으면 좋겠고 명성과 권위도 얻었으면 좋겠다. 그렇지만 위의 바람을 소망의 범주에 넣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심으로 바라면서 뭔가 노력한 것이 별로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돈과 명성, 권위가 있어야 내가 안전하고 행복할 것이라 믿지 않았고, 내 삶을 이어갈 조건의 1순위들이 아니다. 과정에서 얻는 것이라면 기꺼이 감사히 받겠으나(안 받을 이유는 없잖아?) 내가 진정으로 바래서 삶을 그 앞에 내놓은 것이 아니기에 탐낸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임을 직관으로 안다.

소원이 이루어져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본다. 1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가 도착할 즈음 정류장을 서성거렸다. 어머니가 아버지 술 드셔서 책 못 살 것이라 이미 희망을 한번 꺾었다.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 버스 도착할 때마다 그쪽으로 몸을 움직이게 했다. 드디어 보이는 아버지, 마중 나온 딸을 보고 웃는다.(미안하지만 아버지가 우선이 아니라 손에 든 것이 먼저인 몹쓸 딸인데) 이런, 아버지 술김이어도 책벌레 딸을 위해 책을 샀구나. 소원이 이루어져 아버지 주변에서 깡충깡충 뛰고 달리고 엄마에게 자랑하고 마루에서 구르고. 몸으로 소망이 이루어진 기쁨을 표현했다. 이 모습이 바로 cups 9 사람들의 모습이다.


소원이 이루어짐을 직관적으로 알고 소망할 수 있는 삶을 열어주는 것이 포피여신이 주는 선물이다.

인류가 다시 깨달아야 하는 소중하고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기쁘고 행복한 상태가 바로 이 cup 9번이다.


(2024년 10월 11일  저절로 기쁨을 어떻게 표현했더라 기억을 따라 걸었다. 기쁘고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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