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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담 삐삐 Sep 06. 2024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다"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 VIII. Justice 

마더피스타로 VIII. Justice


타로를 읽는 나에게 가끔 사람들이 "네가 신을 믿어?" 진심으로 의아해하며 묻는다. 이 질문은 핵심은 너+가이다. 너+는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대학시절 교지를 만들고 사회과학을 공부했고, 사회에서도 모순의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 기획을 했다. 저소득층 대상의 예술교육 기획 등 이런 일이 내 본업이었고 인간의 힘으로 바꾸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높았다. 사회과학, 문화이론, 페미니즘 계열 책들을 부지런히 읽어 논리, 과학적 사고를 한다고 친구들은 생각할 것이다. MBTI 성격으로 봐도 나는 INTP여서 작동하는 원리,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한 사람이다.

다시 내게 "네가 신을 믿어?"라고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믿지."

오랜 사회운동의 동료들, 눈으로 보지 않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 스스로 과학적 사고를 한다는 사람들, 종교의 폐해를 잘 아는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진짜야라고 되묻는다.

다시, "어, 진짜."


인간의 마음을 묶어 놓은 곳에 신이 존재한다

도시 사람들이 겪지 못한 문화가 나에게 있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시골이고 인근 마을들은 전쟁을 겪지 않은 시골동네이다. 불교와 토속 신앙이 공동체 문화로 작동하여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영향을 미친다. 누가 아프면 당연히 병원을 가지만 집에서 할머니들이 새벽에 정수물 떠놓고 하늘에 기도를 한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동제를 지내 성황당 소나무 옷을 갈아입히고 절의 큰 행사들은 동네 사람들이 자기 역할을 하며 준비한다. 내가 처음 꽃종이로 공작을 처음 해본 것도 학교가 아니라 주인집 마루였다. 석가모니 탄신일에 맞춰 동네 엄마들과 같이 연등을 만드는 작업을 몇 날 며칠 한다.

절에 올라가면 동네 아줌마들이 음식을 하고 있어 맛있게 먹고 주변 숲과 계곡에서 실컷 놀고 집에 갔다. 정월 초하루에는 할머니가 온 집구석구석 집의 신들에게 바치는 초와 기도가 이어진다. 할머니의 그런 기도가 좋아 졸졸 따라다니며 촛불을 같이 켰다. 이런 문화 속에서 자란 나에게 신이 있냐 없냐 질문은 의미가 없다. 

그들의 기도가 맺히는 대상이 신이었기에. 화장실에 신이 있고, 장독대에도, 부엌, 집, 문, 큰 바위, 나무, 바다, 달, 태양 등 마음이 닿는 어디에나 다 신이 있었다. 이런 문화를 부정하고 신이 없다고 하면 나의 뿌리를 부정하는 셈이다. 인간이 빚은 자리 어디에나 행복하고 건강하기를 비는 마음이 있기에 그 마음을 묶는 곳에 신이 자리하는 셈이다. 


피라미드 같은 조직 구조의 종교를 의심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의심하는 것이다. 예수와 석가모니, 알라 등등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되어 아버지의 왕족을 유지시킨 종교 조직에 가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모시는 신의 존재는 정말 인정한다. 예수와 석가모니 훌륭하신 분이다. 누가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온 인류를 통틀어도 그런 사람 본 적이 없다. 인간이 그이들의 천분의 1이라도 진심으로 실천하면서 살면 아마 전쟁도 없고 소외되거나 고통받는 사람이 엄청 줄 것이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

대자연의 순리의 재현 여신

결국 내가 믿는 신의 존재는 하나의 삶의 원리 같은 것이다. 대자연의 순리 그 자체이다. 바다에 파도가 치고 그 안에 수많은 생명이 존재한다. 하늘에 태양이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지구가 돌면서 생긴 에너지에 의해 자연 현상이 빚어진다. 모든 것은 변하고 태어났으면 죽는다. 

이 원리는 인간이 어떤 선택을 했을 때 결과를 받아들이고 책임지는 것과 동일하다. 해가 길고 가까우면 여름인데 미리 준비해 곡식을 심으면 잘 자라 씨앗을 맺는다. 때를 놓쳐 심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인간이 자연을 심각하게 파먹어서 기후위기가 가까이 왔다. 늘 먹는 채소, 곡식이 잘 자라지 않는다. 이 결과를 우리는 자연의 대가임을 인정하고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런 당연한 순리를 나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신의 순리, 대자연의 순환을 인격화 시켜 재현한 존재 중 제일 비슷한 형태가 여신이다. 그래서 그녀의 삶, 대자연의 순리를 담은 생활 문화를 묘사한 마더피스 타로를 좋아하고 지금까지 들여다보 보고 있다.

친구들과 신의 여부를 논쟁하는 어리석은 짓을 잘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질문을 받으면 난 무교라고 답했다. 엄밀히 말해 국가에서 지정한 종교라는 것을 믿지 않을 뿐 난 지금 내 주변에도 많은 신이 곁에 있고 어떤 부탁한다. 아침에 고양이들을 두고 집을 나설 때 "오늘 애들 사고 치지 않고 무탈하게 하루 잘 보내게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누구한테 하는 말일까. 내가 기독교나 천주교면 하나님이나 예수님, 성모마리아이고 불교이면 부처님이나 관세음보살일 테고, 무속이면 집의 터주신들이고. 형상이 누구냐의 차이이지 사랑과 돌봄의 기운으로 기원하는 인간의 마음이 곧 신을 부르는 에너지이다.

테미스 여신

모든 존재는 연결되어 있음이 곧 정의이다

마더피스 타로에서 이 신의 섭리, 인과율, 자연의 법칙과 같은 카르마를 다룬 카드가 JUSTICE(정의)이다. 정의라고 하면 법과 정의, 연관 검색처럼 눈을 가리고 저울을 든 테미스 여신을 떠올린다. 클래식 타로에서 정의는 눈을 가리지 않은 테미스의 모습이 등장한다. 테미스는 여신 가이아의 딸로서 땅의 여신이고 흔들리지 않는 법의 힘이다. 

마더피스 타로에서는 이게 왜 정의인가 의아해한다. 해석하기 어려워하는 카드 중 하나이다. 생명의 나무를 살리는 운명의 세 여신(혹은 세 얼굴을 가진 스칸디나비아의 노른)이 한 사람은 물을 대고, 한 사람은 동물과 접촉하고 한 사람은 지구의 몸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연결하고 있다. 노른의 세 여신이 물레를 돌려 실을 뽑아 무엇이 일어날지, 어디서부터 왔는지 직접 알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는 것처럼 마더피스 타로의 여신 역시 언어의 개념화가 이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안다. 세계를 구성하는 존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될 것인지 알기에 작업을 하면 된다.

테미스는 자연의 법을 지켜 풍성한 수확과 고갈되는 시기, 적절한 때를 결정한 여신이다. 사회적 계약이나 법전에 있는 율법을 수호하는 테미스는 남신에 의해 바뀌었고 그녀의 눈을 가려 마치 보지 않는 것이 평등함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대자연의 정의는 보지 않다고 말하지 않고 주장하지 않아도 흘러서 인류를 연결된 존재임을 드러낸다. 이것이 테미스의 정의이다. 가이아의 아들과 딸로서 지구의 모든 존재는 축복받는 존재이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라도 저주를 받으면 우리 모두가 다친다."

이것이 마더피스가 말하는 정의이다.



운명의 세 여신 노른


대자연은 반드시 인과응보가 있다

간혹 살다 보면 내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으며 잘 해결해 나가고 스스로 강해짐을 느낀다. 떠올려보라. 누군가와 이별을 받아들일 때, 이직할 때, 이사할 때,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스스로 살림을 해나갈 때. 참 어려워서 피하던 상황에 온전히 내가 책임지는 마음으로  스스로 나아갈 때 이런 순간에 단단해졌구나 스스로 칭찬한다.

내가 과거에 한 선택의 결과들이 찾아오는 과정이다. 결과를 책임지며 한발 더 딛는 순간들이다. 성숙해진 나를 느끼며 끝끝내 이기기보다 받아들여 이해하는 지평을 넓힌다. 이 모든 순간들을 잘 생각해 보면 과거의 행동이 빚은 결과이다. 이것을 마더피스에서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돌아가고 카르마가 작동한 것이라고 말한다.

결과로 드러난 상황의 과거에는 내가 잘못 생각한 선택과 행동이 있고, 누군가가 나를 해치거나 나쁘게 했을 수 있다. 만약 나의 잘못이라면 결과를 수용하고 스스로 용서하여 성숙해지고, 타인의 잘못일 때 고통이 지나가게 놔두기. 정의는 내가 응징하지 않아도 인과응보로 타인에게 작동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알게 되니, 이것이 바로 JUSTICE이다.

이렇게 카드를 설명하면 사람들의 눈빛은 흔들린다. 뭐죠? 음... 하는 표정.

간단히 말하면 사람에게 해코지 하면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 나도 해코지를 당하고, 타인을 미워하면 나도 미움을 받는다. 그냥 내게 독을 준 사람은 알아서 독을 마실테니 내가 굳이 그 독을 먹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내가 먹은 독은 혹시 나의 선택은 아닌지, 왜 독을 마신 것인지 조용히 마음으로 살펴보라는 것. 타인이 준 독을 먹은 거라면 내 상처를 치유하고 성숙해져 다시는 독을 먹지 않도록 하면 된다. 독을 권하는 세상이라면 대자연의 섭리가 망가졌으니 오히려 살리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너도 독 먹어라 하며 같이 부어주는 것보다.

개인이 연결된 세계와 대자연의 정의를 깨닫고 오늘의 나는 무엇을 할 것인지 생명을 살리는 존재로서 인간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조용히 역할을 하면 된다. 거기에 무슨 논리와 주장, 언어가 필요 없다. 

오늘 당장!


(2024년 9월 6일. 정의란 무엇인가 잠시 생각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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