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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마더피스 타로로 읽는 지금 _XV. Devil

by 마담 삐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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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월 연말의 분주함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다시 시작하는 시점에서 첫 카드가 하필. 하지만 고를 필요도 없이 너무나 정확한 케이스가 우리 앞에 있으니 돌아갈 방도가 없다. 마침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한림원 강연을 마주했다. 강연에서 던진 그녀의 질문을 제목으로 인용하며 다시 한번 물어본다. 세상은 어찌하여 이렇게 잔인하고 폭력이 가득하며 우매한 자들이 점령하여 사람들을 괴롭히는가. 인간은 왜 그들을 권력자로 선택하였나.

새해 벽두에 마더피스 78장 전체를 통틀어서 세계의 폭력을 생산하는 시스템으로 주목받은 '악' 그 자체인 14번 Devil(데빌) 카드를 꺼내서 미안하지만 하루하루가 피라미드 시스템과 꼭대기의 앉은 빅맨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슬픈 카드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수메르-우르1.jpg 수메르 우르 벽화. 기원전 2550년

이 카드의 원형이 되는 것은 전쟁과 평화를 묘사한 수메르 우르 벽화(BC 2550)이다. 고대의 그림을 모티브로 현대 사회의 폭력이 어디서 왔는지 세계의 시스템을 압축 묘사하고 있다. 피라미드 꼭대기의 빅맨인 왕은 시간에 스스로 묶은 자이다. 인간의 시간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에 종속되었다. 그는 본인이 갇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카드의 왼쪽 계단에는 빅맨에게 굴복하여 자신의 재물과 가장 소중한 존재까지 바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 역시 최선의 삶의 방식이라 여기고 묶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아이들을 시스템에 바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카드의 오른쪽에는 시스템을 견고하게 지키는 군사들이 피라미드를 둘러싸고 있다.

마더피스 타로의 피라미드 최하단에 가부장 사회의 여성 생애주기를 묘사했다. 처녀에서 어머니 혹은 로맨스의 대상이 되었다가 노파가 되어 사회에서 배척당한다. 그 위에 노예의 삶을 사는 인간의 모습을. 중간층에는 전쟁을 하여 확장하는 세계와 폭력이 그려져 있고, 하부 세계를 빅맨을 대리해 조정하는 율법사, 종교 지도자와 행정 관료들이 등장하였다.


21세기에 재현하며 등장한 Devil

2024년 연말부터 새해. 한국은, 한국 사람들은 파란만장한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영화가 이런 도파민을 실시간 펑펑 터트려주었던가. 계엄, 노벨문학상, 탄핵, 대통령 구속 영장 집행, 영장 집행 연장, 헌재 심사 준비. 계엄과 노벨문학상이 나란히 있어 더 아이러니하다. 노벨상은 전쟁 무기의 수익을 기초로 조성한 상이라 태생이 아이러니하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상의 배후에 무엇이 있을까.

국민이 뽑은 빅맨 대통령과 그를 호위하는 관료와 군대가 있다. 그를 구속하려는 사람들도 정치 관료들이다. 심사하는 재판관 역시 법률가들이고 옹호하며 소리치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마더피스 타로 카드에서 다루는 갈등과 분절, 단절과 소외, 평화 없는 쉼의 모든 배후에 도사린 가부장과 권력 구조가 지금 한국에 현실에 다 모습을 드러냈었다. 이 데빌은 폭력을 만들고 서로 비난하거나 소유하고 조종하며 감시 종속시킨다. 아버지의 권력과 소유를 지키기 위한 국가 시스템 그 위의 빅맨, 빅맨을 보호하고 직접 폭력을 행사하는 군대가 무기를 휘두른다. 아버지와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추상적 가치의 율법을 기호화한 법률, 폭력의 근거를 마련한 이데올로기와 철학, 종교. 시스템을 보호 유지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행정관과 상위계층의 사람들. 데빌에서 묘사하는 풍경은 정확하게 2025년 탄핵 정국 위에 오버랩된다.


가장 밑에서 가장 강렬하게 저항하기

자, 이제 어찌해야 하나. 국회와 정치, 법률, 행정가들이 조정하고 협상한 결정을 피라미드 최하부에서 그저 받아들이며 견뎌야 하는가. 그러기에는 가슴이 No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의 현실에서도 최하부의 젊은 여성들이 군인과 권력 앞에 나아가 이건 아니다고 큰 소리로 저항하고 있다.

마더피스 타로의 데빌 카드가 전하는 해법도 동일하다. 카드의 오른쪽 맨 아래의 한 여성이 스스로 쇠사슬을 끊어내려고 하자 군인이 칸을 들이대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칼로 저항하며 'No' 그리고 자유를 찾아가려 한다.

타로 카드를 새로이 디자인한 비키 노블과 카렌 보겔의 70년대 평화 운동 이후 마더피스 타로 카드가 등장한 83년으로부터 40년이 지났지만, 현실은 근본적으로는 변화가 없기에 어김없이 사건사고 위에 오버랩이 된다. 인류 역사 5천 년을 지배하고 있는 가부장의 토대+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대변하고 있는 데빌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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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사회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데빌의 얼굴, 그것은 나일 수도

카드의 상징은 현실의 대부분에 적용이 가능한다. 부부와 부모 관계로부터 연결된 가족 관계의 이슈들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비영리 조직에서부터 영리 기업까지 수직 관계가 베이스이기 때문에 직장, 일, 직업, 학교, 모임 모두에 적용이 된다.

데빌 카드가 나오면 메시지가 명징하기에 위로가 필요하다. 나를 둘러싼 구조의 밑바닥을 같이 봐야 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거쳐야 비로소 개인의 심리로 들어갈 수 있다.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마주해야 하는데 현실의 풍경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하는 것. 쉽지 않다.

그래서 차근차근 단계를 뚫고 간다. 나는 이 그림 안의 누구인가, 솔직하게 그래서 무엇을 얻고 있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올바르고 일반적이라는 중독의 상태를 넘어 전체를 살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 자신의 패턴을 살펴야 한다. 아, 이것은 한층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나를 둘러싼 단계, 층위를 넘어서 전체를 볼 용기를 내고 내게 이익을 주는 구조의 단물을 잠시 미룰 수 있다면 변화가 어떻게 가능한지 더듬어볼 수 있다. 물론 데빌로 등장한 현실에서 단순간 바로 빠져나와 정의를 실현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관찰하고 깊이 들여다보고 마주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피하지 말고 용기 내어 마주하기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데빌이기도 하고 어떤 데빌에 종속 혹은 중독되기도 한다. 그런 나를 용서하면서도 결과 값을 마주하고 자신의 칼로 쇠사슬을 끊는 아마조네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나는 길들여지고 조작된 로봇이 아니라 야성이 살아있는 사람이라는 것.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책임지는 사람이기에. 일단 마주하자, 일상 속의 데빌을. 당장 어찌하지 못하더라도 알고 있는 것은 중요하다.

연말 연초 길 위에서 폭력에 대항하고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느끼며 우리로 인해 달라질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며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 중이다.

안팎으로 평화와 사랑이 데빌 앞에서 승리하기를.


2025년 1월 6일.

심심하고 지루한 평온의 일상이 돌아오기를


#마더피스 #타로카드 #마더피스타로 #motherpeace #devil #타로1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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