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담 삐삐 Apr 14. 2024

케바케, 달라도 너무 다른 너희들

_ 친애하는 나의 고양이 자매에게 pre1. 옆과 뒤

이 아이들을 데리고 올 즈음에서야 비로소 내가 서울 사람이 되었음을 인정하였다.

서울에 살면서 서울을 떠나길 고대하는 이율배반의 연속이었기에 생명체를 돌보고 책임질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불현듯 구조한 고양이 한 아이는 돌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났다. 그에 따른 여러 걱정과 불안,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이유와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많이 생각났다. 그런 날이 며칠 지나고 불안 과 걱정 마왕 답지 않는 추진력으로 아이들을 데려왔다. 물론 중간의 입양 과정을 심사받고 보호단체와 의논을 했지만. (자세한 입양과 현타와 눈물 바람은 차차....)

한자리에 정주한다는 감각이 없이는 동물과 같이 살겠다는 마음을 먹기는 힘들다. 경제적인 것부터 정서적인 것까지 어느 정도 스스로 독립된 마음과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간은 결연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런 마음이 아니면 절대 절대 입양 금지. 생명의 무게란 우리가 귀엽다는 말 한마디로 퉁칠 수가 없다.


# 내 옆의 고양이 _ 아띠

그리고 십 년 차에 이르렀다라고 쓰고 복사기 위에 자리 잡은 우리 아띠를 보니 사랑스럽다. 내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으면 이 녀석은 옆의 커다란 복사기 위에 자리를 잡고 졸면서 나를 기다린다. 

복사기에 털이 끼거나 자동 급지되는 부분이 녀석의 무게로 망가질까 봐 천을 깔고 방석을 놔뒀다. 컴퓨터 작업이 길어지면 잠자기를 보채다 키보드를 따다딱 밟고 건너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일어날 때까지 자거나 언제 침대에 가나 나를 응시한다. 

아띠는 주로 내 옆 자리를 사수한다. 식탁 테이블 위 선반, 컴퓨터 책상 옆 복사기, 식탁 의자 옆 둥근 스크래쳐 등. 잠을 잘 때도 1시간 정도는 반드시 겨드랑이 안으로 들어와 쓰담과 비비며 스킨십을 하고 나면 왼쪽의 동글이 방석에 누워서 곤히 잠이 든다. 

식탁에 앉으면 내 옆에 앉아서 자거나 놀아주기를 원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우리 아띠. 똑똑하고 관찰하고 학습하는 집념의 고양이이다. 이 아이가 엄마가 되었다면 엄격하면서도 아이들을 깊은 사랑으로 가르치고 돌봤으리라. 내가 그녀에게 출산과 육묘의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응시하고 눈맞주치고 부드러운 쓰다듬을 좋아하는 우리 아띠, 더 많이 쓰담쓰담하자.


# 내 뒤의 고양이 _ 루카

루카는 아띠와 같은 엄마에게서 한날한시에 태어났다. 둘의 털색깔과 질감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그것만 다른 것이 아니라 성격도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다. 식성도 다르고 먹는 취향도..

우리 루카는 무릎에 앉는 것도 안아주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쓰다듬는 것은 한 시간이어도 다 허락하고 미친 듯이 좋아한다. 옆에 잘 앉아 있지 않고 뒤에서, 캣타워 위에서 살펴보거나 내려다본다. 

그러면서 종종 병아리 소리를 내어 자신이 거기 있음을 알린다. 아직도 그녀는 자기가 1~2살 아가인양 천둥벌거숭이처럼 뛰어다니거나 아띠에게 대들어서 한대 쥐어박힌다. 영원한 나의 아기 고양이이다. 그녀가 바로 코앞에 있을 때는 잘 때. 내 베개옆 나무늘보 인형의 품에 고개를 박고 자다가 내가 뒤척거리면 그때부터 30분 넘게 쓰다듬어야 한다. 경운기 소리 같은 구릉구릉 소리 때문에 새벽에 꼬맹이를 졸면서 쓰다듬는다. 집을 나올 때 뒤를 돌아보면 창문가에서 배웅하며 운다. 맞이하는 고양이는 아띠인데 뒤를 보는 것은 루카다.


두 고양이 자매와 살기 시작한 2014년 6월 5일. 내 인생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간 날이다.

올해로 10년 차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 자매와 서울 이방인 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써보려고 한다. 길고 긴 프로젝트가 될지도...


(2024. 4. 14 첫 끄적거림)


2024년 4월 14일 밤 고양이들


작가의 이전글 한 사람의 작업을 계속 보는 기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