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통해 미래를 규정하지 않는 마음으로 현재 살아가기
삶은 선택이라는 말은 공기처럼 익숙하다. 선택하지 않겠다는 말은 행동하지 않겠다는 말과 통한다. 움직이지 않는 삶은 길잃은 히말라야 눈속에서 잠드는 것과 같다. 삶이 버겁고 제자리에서 맴돌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건 행동뿐이다. 행동의 결과인 실패와 성공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영양분이다. 자신의 움직임이 아메바를 닮았던 치타를 닮았던 상관없다. 움직임이 중요하다. 행동이 삶을 일으킨다. 행동하지 않는 삶은 아직 삶이 아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말을 묘비에 새겨 달라고 했을지 모른다.
카르페 디엠, Right Now를 부적처럼 달고 살아도 인간에게 행동은 여전히 힘든 문제다. 어떤 행동을 할 지 망설이는 것, 즉 선택의 문제 때문이다. 게으른 뇌는 당장 운동을 하고 밀린 일을 조금만 미루라며 미소담긴 신호를 보낸다. 얼키고설킨 관계에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떤 행동을 할 지도 어렵다. 무엇이든 상관없는 점심메뉴라는 지극히 단순한 선택도 장단점 관점으로 고민하면 미적분 수학문제로 변신한다. 음식이 목구멍으로 넘어갈때의 경험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며 장단점을 분석하는 일은 깊이 생각할수록 미궁으로 빠진다. 모든 정보는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식에서 어떤 종목을 살지, 어떤 종목을 팔지를 선택하는 것은 알면 알수록 어렵다. 아무것도 모를때는 고려할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에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지만, 정보들이 모일수록 정보의 늪에 빠져 선택이 어렵다. 정보들이 쌓인다는 것은 정보의 균형으로 편향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이고, 정보의 균형이란 장단점들이 켜켜이 쌓인다는 뜻이다. 어떤 선택이든 기회비용이 생긴다. 어떤 선택을 해도 예상되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과감한 선택이 어렵다. 기회비용과 장단점이라는 양면성이 철저히 배제된 정보는 문제가 된다. 한쪽의 선택만 부추기는 순도 100%의 정보는 사기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보이스피싱의 세게에서는 선택에 따른 리스크를 말해주는 법이 없다. 어떤 행동이든 장단점은 있다는 건 어린 아이도 안다. 사탕을 많이 먹으면 이빨이 썩는다는 걸 알지만 사탕을 선택한다.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성숙한 삶이다. 책임진다는 것은 결과에 상관없이 나의 선택을 스스로 존중하는 일이다. 선택에 따른 내 행동을 존중한다는 것은 행동과 결과의 인과관계를 성찰해서 다음에는 더 나은 행동을 해나가려는 마음을 갖는 일이다. 자신의 경험을 성찰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통찰로 만들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삶의 대들보인 자존감을 세우는 주춧돌이기도 하다.
인도 아루나짤라에 머문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매일 염색을 했다. 아침밥을 먹고 마하리쉬 아쉬람에 가서 나무그늘 사이를 거닐며 그곳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기에 지친 마음을 담궜다. 의자에 앉아 물든 마음이 잠시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밖으로 나와 로컬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아쉬람에 가서 살랑살랑 속삭이는 바람에 촉촉한 마음을 말리며 나무그늘에서 책 읽기를 반복하는 것이 그때의 일상이었다. 마하리쉬 아쉬람의 평화로움이 내 마음에 얼마나 잘 염색되었는지, 그때 마음에 물들인 빛깔이 지금 얼마나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한 경험 하나가 떠오른다. 폭포같이 요동치는 물줄기와 함께 수면위로 치솟는 범고래의 점프장면 같다. 백년 가까이도 산다는 범고래 삶의 대부분은 바다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점프로 만들어진 수면위 허공의 찰나 장면이 범고래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수면 위 범고래의 점프가 얼마나 오랜 고민의 결과인지, 순간적인 반응인지는 알 수 없다. 범고래는 수면 아래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점프를 할까? 생각하고 점프를 할까? 습관적으로 할까? 점프의 위치, 방향, 목적을 생각하며 각 점프의 장단점을 분석해 최적의 순간에 최적의 행동을 위한 선택을 분석적으로 한다면 어떤 범고래는 평생 고민하며 완벽한 점프를 꿈꾸다 한 번도 점프를 못하는 삶을 살지는 않을까? 그날 마하리쉬 아쉬람에서 일어났던 일은 선택에 대한 경험이다. 선택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행동이 쌓이면 삶이 되는 당연한 원리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 동안의 일이었지만, 3개월의 인도 여행을 상징하는 범고래의 점프같은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