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정에서 굵직한 이벤트가 몇 개 있다. 대학 입시, 취업, 사회적 인정(인정받고 유명해지는 계기) 등과 같은. 평생 햠께 할 사람을 향한 프로포즈, 도모하는 일의 성공 등과 같은 일도 포함될 수 있다. 나이들수록 기뻐하는 이벤트의 주체가 타인이 되는 경우도 많다. 자식의 입학, 취업, 성공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어떤 사람들은 젊을 때부터 타인이 잘 되기를 바라고, 잘 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한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로 잘 사는 듯 하다.
입시, 취업, 승진, 사업, 인간관계, 내가 만든 음식의 후기, 제공된 물건과 서비스의 후기 등의 공통 과정이 있다. 첫번째, 주체인 내가 뭔가를 만든다. 두번째, 만든 걸 알린다. 세번째, 타인들이 판단한다. SNS 콘텐츠를 만들어 좋아요와 구독을 바라는 것과 같다. 열심히 나의 활동을 만들어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길 바라는 것이나, 취업준비 후 직장인이 되길 바라는 것, 조직에서 인정받아 연봉이 오르길 바라는 것은 모두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 단순한 과정에는 많은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1. 무엇을 만들어야 할 지(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지) 잘 모르는 문제, 2. 1번을 알더라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표현과 구현) 잘 모르는 문제, 3. 타인이 1과 2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문제다.
취업의 예를 들면, 무엇을 만들어야 할 지(어떤 내가 되어야 할 지) 잘 모르니, 일단 좋은 대학을 가고, 일단 스펙을 쌓고, 일단 남들이 말하는 그럴듯한 모습으로 나를 보여준다.(입사 지원). 이 단계에서는 1과 2과 뒤섞여 있고, 대부분 그럴듯한(그렇게 하면 된다고 믿는)2에 집중한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1이지만, 현실에서 진짜 중요한 것은 3이다. 내가 보여주는 것(삶, 자기소개, 창업 아이템, 업무성과, 물건, 서비스, 제안, SNS콘텐츠 etc)을 상대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읽혀지지도 않은 대입원서, 입사지원서가 서류전형에서 떨어지는 것, 객관성과 공정성으로 포장한 온갖 그럴듯한 입시와 채용 프로세스의 본질적 결함. 나는 안다. 대학이나. 기업이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의 모든 구체적인 부분까지 적나라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를. 그럴듯하게 보여야 하지만, 내부적으로 수많은 결함과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과정으로 진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는 시스템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그들이 어떤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지 그들 스스로도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뭔가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자신들의 정확한 필요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사람을 선택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대안을 생각한다. 세 가지 프로세스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모델이 아니라, 세 과정이 하나의 통합된 모델로 작동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입시나 채용 프로세스의 현실적 도입은 계속 고민해봐야겠으나, 적어도 입시나 채용을 위한 준비를 위한 과정, 공부나 업무를 위한 과정에는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 1. 어떤 나를 보여줄 것인지(무엇을 만들지), 2.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3. 상대는 어떤 의견을 가지는 지의 세 영역은 따로 놀아서는 안된다. 서로 연결시켜 하나의 순환적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그 속에서 한 인간은 생각하고 표현하고 상호작용(피드백)의 순환과정을 통해서 배우고 성장한다. 일단 시험을 잘 치고, 일단 각종 경험을 기록하고, 일단 대학을 가고, 일단 스펙을 쌓고, 일단 취업을 하고, 일단 시키는 일을 하다보면 잘 되겠지라는 막연한 일단주의 태도에서 벗어나면 좋겠다. 힘들더라도 생각과 행동의 장단기적 인과관계에 대해서 알아가는 지혜의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도 사회도 점점 힘들어지는 시대 같다.
진지하고 솔직하게 우리의 문제를 들여다 보면 좋겠다. 그래서 바꿀 수 있는 영역부터 바꿔 나가면 좋겠다. 교육이 바뀌고, 학생이 바뀌고, 학부모가 바뀌고, 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고, 일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바뀌면 좋겠다. 내 혼자 아무리 진정성을 가지고 취업준비를 하면 뭐해? 스펙만 가지고 뽑는데?라며 후공정의 문제로 전공정(취업준비)을 바꾸지 말고 전공정(내가 원하는 삶)에만 집중했으면 좋겠다. 그런 선택이 후공정까지 바꾸는 가장 현실적 선택이 아닐까? 다른 영역도 비슷할 것 같다. 예수의 재림을 바라듯 정치의 대변혁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 좋겠다. 타인의 그런 선택을 바라지 말고, 나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