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by 피라



진로란 인생 그 자체다.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살아갈까의 문제다. 인생의 수많은 고민과 크고 작은 선택들이 한 사람을 진로를 만든다. 진로는 특정 때가 되면 선택하는 문제, 하나의 목표를 정해서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펼쳐지는지는 우리가 모르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무수한 변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미지의 영역에 대해서 겸손해져야 하겠지만, 탐구를 게을리 해서도 안될 것이다.




진로란 생명이 경험하는 상호작용의 총체라고 생각한다. 바닥의 기는 지렁이도 자신만의 진로가 있고, 알을 낳기 위해 목숨걸고 모래밭으로 향하는 바다거북이,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 날개짓 하나로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는 기러기에게도 자신만의 진로가 있다. 진로는 생명 현상 그 자체다.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지 않는 생명은 없다. 자신의 진로를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없다. 그러니 "넌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라는 말은 상대에게 가 닿지 못한다.




이렇게 해라, 이렇게 하면 된다가 아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진로 교육이다. 나의 추구, 나의 욕망, 나의 계획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통찰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런 의미들은 다시 자신과 타자에게 어떤 형태로 돌아오는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진로에 대한 이해다.




그런 깊고, 넓고, 자신과 세상이 연결된 의미가 개인의 세계관으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한 개인은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다. 치열한 고민으로 일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일을 선택한 뒤에 심오한 통찰을 얻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인간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일의 의미는 삶의 의미로 이어지고, 일의 결과는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물건을 만드는 방식의 접근이 곤란하듯이, 타인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내게도 무의미하다. 마찬가지로 타인만 생각하는 삶도 무의미하다. 삶이란 상호작용 그 자체다. 한 존재가 세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어디론가 향하는 과정이 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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