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시가현

by 피라

단지 인간의 눈에 띄었다는 사실만으로

죽임을 당하는 생명들

사실 멧돼지는 온순하고 겁이 많은 동물.

그래서 마주치면 먼저 도망가지


하지만,

목숨을 내놓고 달려들어 물불 가리지 않을 때가 있지

새끼가 위협당하거나, 생명이 위태롭다 여길 때


티티카카처럼 생명의 호수가 있는 시가현에서는

인간의 땅과 멧돼지의 땅 사이에 초지를 만든데

겁 많은 멧돼지는 몸이 노출되면 무서워서 더 이상

산에서 내려오지 않는데

두려움의 원천은 무지

어떤 나라에서는

배고파 길 잃어 인간의 땅에 나타나기만 하면

경악하며 죽여 버리지

배고픔, 짝짓기, 죽음의 공포, 새끼를 보호하려고 허둥지둥하려는

생명을 보고 경악을 한데

경악의 태도는 체계적으로 학습되지


인간에게 빼앗긴 고향 땅에서 멧돼지들은 죽어가지

모두를 먹여 살리는 호수가 있는 시가현에서는

초지에 멧돼지가 싫어하는 풀도 심고, 산에 도토리도 따지 않고

마을 회관에 모여 함께 살아갈 방법을 연구하지

교수, 농민, 연구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지

멧돼지는 산에 사는 돼지라는 뜻.

돼지의 옛말은 도야지

도토리를 먹는 동물이라는 뜻

평소 때는 평화를 좋아하지만,

화를 내어야 할 때는 화를 내고,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하면 좋겠어


그런 멧돼지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종업원은 나쁜 손님에게 화를 내고,

노동자는 나쁜 사장에게 화를 내고,

국민은 나쁜 정부에게 화를 낼 낸다면,

좋은 식당, 좋은 회사, 좋은 나라가 될 테니까

평화는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불의에 분노하며 행동하는 것일지 몰라

공포는 불의를 보고 분노하지 않는 것들의 열매.

콘월의 멧돼지라고 불린 아더왕도 어쩌면,

화를 내어야 세상이 바로 돌아간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언제 화를 내어야 할지는,

멧돼지를 보고 배워야겠지.

밥을 골고루 나눠 먹는 것이 평화의 뜻이라잖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카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