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

by 피라



학생들의 삶은 고단하다. 공부를 해야 한다. 성적에 따라 줄서기를 해야 한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줄의 순서는 계속 바뀐다. 누군가 성적이 올라 내 앞에 줄 서면 나의 삶이 위협 받는다 여긴다. 성적을 올리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다. 조금이라도 줄의 앞쪽으로 나를 이동 시키는 것이 목표다. 학생의 뇌는 자신을 몸을 줄의 앞쪽으로 이동 시키는 역할만 한다. 교육의 목표는 배움과 성장이 아니다. 한 명이라도 더 재껴야 내가 산다는 줄서기의 법칙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 같다. 모두들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운전할 때 끼어드는 차,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민감하고 분노하는 건 줄서기의 법칙이 삶의 법칙이 되어 버린 탓 아닐까?




줄서기는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된다. 직장을 다녀도 줄서기는 멈추지 않는다. 학생의 공부는 성인이 되면 자기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조직에서 인정받는 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나를 만들기 위해 또 삶을 갈아 넣는다. 어떤 이는 자기 개발의 과정이 행복하고, 어떤 이는 괴롭다. 삶은 이 지점에서 갈린다. 내가 하는 일이 행복한가? 그렇지 않은가?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건 여러 상황,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자신의 생각과 행위에서 발견하는 의미가 중요하다. 돈에 의미를 두는 것은 의미를 미래로 미루는 일이다. 일단 대학을 가고, 일단 취업을 하고, 일단 재테크를 하는 것은 일단 의미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일단 충분한 돈을 모은 다음에 의미를 찾겠다는 태도. 일단 대학을 간 다음에 의미를 찾겠다는 태도, 일단 취업을 한 다음에 의미를 찾겠다는 태도를 가진 사람들은 그 이후에도 의미 찾기를 계속 미룰 가능성이 크다. 의미 찾는 법을 배운 적도, 연습한 적도, 찾아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학생 개개인이 삶의 의미를 찾게 도와주는 거라 생각한다. 의미는 동기부여로 이어진다. 의미는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에너지다. 의미는 개인 뿐 아니라,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다. 구성원들이 일 속에서 의미를 찾아간다면, 각자 의미의 합집합이 많다면 그 속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의미 찾기의 부산물은 매출이다. 의미는 성장 잠재력이다. 개인도 조직도 지속적인 의미를 찾지 못하면 서서히 멈춘다. 공부하는 의미, 살아가는 의미, 일하는 의미를 가치 있게 여기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평생 스펙만 쌓으며 줄의 앞쪽으로 이동하는데만 에너지를 쏟는 삶이 될 테다. 드디어 줄의 가장 앞에 선 다음에, 이 짓을 한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으면 비극이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뭘 했는지도 모르고 허무한 상태로 늙어가는 일 말이다.




삶이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잘 죽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내가 하는 일, 하려는 일의 의미를 찾는 연습부터 하면 좋겠다.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될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완벽한 의미를 생각하느라 인생을 다 보내버리지만 않기. 의미란 생각과 행동의 상호작용이 만드는 작품이니까.




바쁜 출근길에 깜빡이도 켜지 않고 나 앞에 끼어드는 차에 짜증을 내기보다,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리도 급하게 운전하는가?라고 생각하는 연습부터 해야겠다. 사람들은 왜 저렇게 행동하고 생각할까?라고 물으며 연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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