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 수학무기

by 피라


<대량살상 수학무기>라는 책이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이 어떻게 불평등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 캐시 오닐은 수학자다. 빅데이터를 다루고, AI알고리즘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들이 왜 문제인지 낱낱히 밝힌다.


사람들은 "빅데이터 기반이다, AI를 적용했다."고 하면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뭔가 신뢰할만 하고, 뭔가 객관적이고, 뭔가 공정하고, 뭔가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온 세상에 빅데이터, 인공지능이라는 말이 점점 퍼지고 비말처럼 일상에 떠도는 이유 같다.


문제는 '의도'와 '과정'이다. 오로지 가성비와 맛으로만 승부하는 아무리 핫한 인스타 맛집도, 요리하는 사장님이 밤만 되면 성폭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음식 맛이 뚝 떨어진다. 음식 맛은 그 전과 똑같지만, 그제서야 사장님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지에 관심을 가지지 때문이다. 음식 만드는 사람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는 일의 의도와 과정으로 연결된다. 무조건 돈만 벌겠다는 의도는 싸고 형편없는 재료, 불결한 위생 상태라는 만드는 과정보다는 맛과 모양이 그럴듯해 보이는 '음식'이라는 최종 결과물만 생각한다. 과정과 의도는 쓰레기통에 넣고 뚜껑을 닫아버리면 그만이다.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한 마디면 모든 것이 끝난다.


공장식 축사에서 닭, 돼지, 소들이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지 우리는 관심이 없다. 공장식 축사의 문제를 어렴풋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마트에서 '동물 복지'라는 딱지가 붙은 제품을 집어 들면 끝이다. '동물 복지' 농장이 어떤 곳인지 디테일에 대해서는 관심없다. 음식이라는 이물질이 나의 입으로 들어가기까지의 온갖 이해관계자들의 '의도와 과정'은 관심 밖이다.


복잡한 AI알고리즘도 의도와 과정의 문제다.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과정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측하지 않은 과정상의 문제를 바로 잡는 건 일하는 사람의 의도다. 의도는 일의 목표, 일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마음이다. 차가운 알고리즘 속에도 인간의 마음이 담겨 있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의도와 과정을 낱낱히 밝히지 않는 이유는 속에 담긴 마음을 숨기고 싶어서일까?


오전 10시 30분에 소파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독서하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든, 바이어들에게 치열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하든, 텐서플로우와 씨름을 하든, 모든 인간은 각자의 행위를 한다. 일은 행위다. 목표가 있는 행위를 통해 경제적 수익이 지속적으로 생기면 그걸 직업이라 부른다. 직업은 행위의 과정들로 분해되고, 각 행위들 속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의도는 과정을 만들어낸다.


그럴듯한 결과만 바라보지 말고, 의도와 과정을 가치있게 여기면 좋겠다. 그래야만 '대량살상 수학무기'에서 걱정하는 개개인의 삶과 세상을 망치는 AI알고리즘의 문제도 고쳐나가고, 우리의 진로 문제도 풀어나갈 것 같다. 진로는 직업의 문제다. 직업의 본질을 모르면 원하는 직업을 가져도 힘들 수 있다. 직업의 본질은 곧 삶의 본질이다.


생각은 행위를 만들고, 행위는 세상을 만든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 속에 담긴 의도와 과정을 이해하면 다양한 직업을 알게 된다. 의도와 과정 중심으로 바라보면 다양한 직업들 속에 담긴 공통된 의미와 가치를 찾을 것이다. 그것이 직업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진로의 본질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치지 않는 대답 과정이다. 의도와 과정 중심의 대답 구체적인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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