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를 다녀왔다. 오후 내내 면접을 주제로 짧은 인터뷰 시뮬레이션도 하고, 피드백을 해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을 만나면 항상 아쉬운 것이 있다. 질문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10명 중에 2,3명이 질문하면 질문을 많이 했다고 여기고, 어떤 사람은 조금 했다고 여긴다. 나는 후자다. 내가 원하는 건 10명의 학생이 있으면 10명 모두 집요하게 서로 다투며 질문을 해대는 시간을 원한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다가 당황하고 잘 모르겠다며 나중에 알아보고 메일 등을 통해 알려 주겠다고 진땀을 흘리는 시간을 원한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20년 가까이 그런 시간을 원했다. 그래야 나도 새로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배움이 없는 시간은 재미없다. 그건 가르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준비된 나의 이야기만 하는 건 더 이상 재미를 느낄 수 없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 서로에게 의미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진솔하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 받는 일이다. 진실한 생각을 주고받는 것, 그게 좋은 면접이다.
취업 준비를 잘 한다는 것은 진실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기업은 사람을 리스크로 본다. 기업 입장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불안하지만 리스크를 안고 간다는 뜻이다. 능력 있고 조직에 도움 되는 사람인 줄 알고 뽑았더니 지킬박사나 나무늘보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그런 사람이었는데 연기를 잘 해서 채용 되었는지, 원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쓰레기 같은 조직 문화 때문에 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성실하다고 주장하며 성실성의 온갖 근거를 보여주고, 지원 분야와 연관된 전공 지식과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직무 역량을 아무리 강조해도 기업은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기업이 알고 싶은 건 지원자의 진짜 모습이다. 그래야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광고 기획자로서 한 획을 그은 이근상 대표가 쓴 <이것은 작은 브랜드를 위한 책>의 카피는 "매출의 크기가 아니라 존재감의 크기로 성장하라"라는 문구가 있다. 성공한 브랜드의 여러 사례가 나오는데, 4~5년이라는 뉴욕의 뷰티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가 된 글로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혜성처럼 나타난 글로시에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빛나는 별이 된 이유는 뻔한 패션 스타들의 성공 스토리 대신 진짜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취업 준비도 똑같다. 가식적으로 세상에 내세우는 존재감이 아니라. 진실함을 바탕으로 한 존재감이 필요하다. 그런 지원자는 눈에 띈다. 글에서, 말에서, 표정에서, 행동에서 눈에 띈다. 스펙만 뛰어난 지원자보다 같이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들게 마련이다. 취업 준비에 왠 진실? 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지원자의 진실성은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기업은 리스크를 피하고 싶어 가식적인 지원자를 가장 먼저 가려낸다. 진실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질문이 필요하다.
질문은 두 가지가 있다 나다운 삶을 위한 질문과, 지식을 얻고 스킬을 높이기 위한 질문이다. 취준생들에게는 두 가지 모두의 질문이 필요하다. 나다운 삶을 위한 질문은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취업 준비를 하는 과정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새로운 지식을 기존의 지식과 연결시켜 해체와 재구성을 반복해야 자신의 지식이 된다. 이 과정에서 질문이 나온다. 지식을 행위로 표현하는 것은 스킬이다. 시행착오 없이 스킬은 향상되지 않는다. 시행착오와 문제해결 과정에서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자의 질문을 통해 얻는 답은 인성으로 자리잡고, 후자의 질문을 통해 얻은 답은 스펙으로 자리잡는다. 질문은 인성과 스펙의 균형을 갖춘 좋은 인재를 만든다. 세상과 타인을 향한 질문, 자신을 향한 질문 없이 인간은 배우고 성장할 수 없다. 가슴에서 나온 질문이든 머리에서 나온 질문이든, 질문을 하려면 진지해져야 한다. 세상과 나를 보는 진지함 속에서 유머, 통찰, 배움, 성장과 연결되는 나만의 질문이 떠오른다. 매일 매일 세상과 나를 향해 마음을 담아 진실한 질문을 하나씩 해보는 것도 좋겠다. 진로를 찾고 취업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될 테니.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될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