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입학

by 피라

정부가 아이를 5살부터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대부분 뉴스는 현상만 말할 뿐, 5세 조기 입학의 이유가 없다.

한 기사에 조기입학의 최종적 이유가 나와 있었다.

'산업인력 조기 확충'이었다.

비로소 이 상황이 확연히 이해된다.



과거 교육의 목적은 산업 역군 양성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산업 역군이라는 말은 인재 양성으로 바뀌었다.

말이 바뀌었을 뿐이지 내용은 같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뜻이다.



교육의 목적이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인지,

그런 교육이 바람직한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든 직업을 가지고 먹고살아야 하니,

백번 양보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직업을 가지는 것이

교육의 이유, 공부의 이유라고 치자.



1년 일찍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1년 일찍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개개의 취업, 기업의 인재 확보와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조기 입학이 채용과 취업을 쉽게 만드는 원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굳이 설명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야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눈먼 장님처럼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 믿고 싶지 않다.



쉽게 말하면 1년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면,

그만큼 능력있는 인재가 된다는 뜻,

그만큼 취업이 잘 된다는 뜻이다.



혹여,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

1년 조기 입학으로 인해 '산업인력 조기 확충'이 가능하다면

(조기 확충은 학생 입장에서 1년 일찍 졸업한다는 뜻이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1년 일찍 채용한다는 뜻이다. 취준생들이 구름떼처럼

몰려 있는 상황에서 1년 일찍 졸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들은 대학생들이 고민하는 졸업 유예를 들어보지 않았는가?)

그것 또한 문제가 있다.



1년이라도 더 빨리 지식과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는 발상은

그 흔한 말처럼 인생을 마라톤으로 여기는 것이다.

만약 인생이 마라톤이라면, 그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들은

1등 혹은 상위권에 들기 위해서 1초라도 먼저 출발해 죽어라 달리는 사람도 있고,

등수보다는 참가에 의미를 두고 천천히 뛰는 사람도 있고,

걸어서 가는 사람도 있고, 포기하고 다른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싫든 좋든 마라톤에 참가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 놓고,

출발선을 10미터 앞당기는 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부하는 것.

그것이 내가 이해하는 1년 조기 입학이다.

그래서 삶이 점점 숨 막힌다.



단편적 내 생각이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바라본 오해이길 바란다.

내가 모르는 조기 입학의 여러 장점, 이유를 기사에서 많이 다루어주었으면 좋겠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런 언론의 도움으로 부족한 내 앎을 바로잡고 싶다.



생물계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빠른 성장은 빠른 죽음이다.



선행학습이 살길이라는 강박을 심어주는 교육이 아니라,

빨리 성장하고 빨리 변하지 않는다고 하여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걸 가르쳐주는 교육이길 바란다.



능력과 효율의 그늘에 가려진 인간의 슬픔을 헤아리는 교육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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