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

by 피라


장예모 감독의 영웅의 마지막 장면은 인상적이다. 영화 내내 진시황을 암살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노력하고 드디어 주인공 이연걸이 진시황을 죽일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이연걸은 진시황을 죽이지 않고 돌아선다. 이 세상의 전쟁을 멈춰 평화를 되찾기 위해서는 진시황을 죽이면 안된다는 걸 진시황의 만남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돌아서 궁궐을 빠져나오는 이연걸을 향해 대신들은 빨리 그를 죽이는 명령을 내리라고 진시황에서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고민하던 진시황은 결국 이연걸을 죽이라 명령한다. 수백, 수천의 궁수들이 이연걸을 향해 화를 쏜다. 스크린을 가득 채운 셀 수 없는 화살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담담히 서 있는 이연걸을 향한다. 영화를 그렇게 끝난다.


멋지고 인상적인 장면이다. 하지만 난 저 장면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는 것에 100원 건다. 생명과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문제 의식의 시작은 재활용이다. 거대한 궁궐 나무 대문에 꽂힌 수많은 화살들은 그대로 둘까 다시 빼낼까? 당연히 다시 빼내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전쟁에서 화살은 보병 한 명처럼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화살을 많이 확보한다는 것은 지금으로치면 미사일, 장갑차, 비행기, 항공모함, 핵무기, 드론을 많이 가진다는 것과 같다. 창과 칼, 화살 중에 화살은 단연코 최첨단 무기다. 고대와 중세에서 화살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국방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한 번 쓰인 화살은 가능한한 회수해서 다시 사용해야 한다. 전쟁 영화에서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전쟁터에서 화살을 회수하는 병사들이 따로 있었을 것이다. 부러진 화살은 화살촉만 회수했을 것이다. 삼국지에서 제갈량의 아이디어로 나오는 짚으로 덮은 배를 이용해 적이 쏜 화살을 회수하는 작전을 보면 화살의 확보와 관리가 전투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다. 전투 때마다 사용된 화살 혹은 화살촉을 얼마나 많이 가져오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을 수도 있다.


다시 ‘영웅’의 마지막 장면을 생각해 보자. 전쟁에서 이기는 강한 군대란 효율성이 얼마나 높은가에 달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수천발의 화살을 쏘아야 하는 군대와 단 한 발로 원하는 목표물에 정확히 명중시키는 군대가 서로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그 시대에 산 적은 없지만 자원을 최소한 사용해서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였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궁수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 것이다. 진시황의 군대는 효율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조직이었을 것이다. 그래야 전쟁에서 이기니까.


이런 이유 때문에 아무리 영웅을 대접하며 멋진 장면으로 마무리를 하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타올라도 그 시대를 지배하는 상식이 있기 때문에 암살자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수천발의 화살을 쏘는 것은 거짓말 혹은 잘못된 장면이라는 생각이다. 몇 발의 화살로 죽이는 것이 상식적이다. 몇 발의 화살로 어림도 없는 대단한 암살자라 수십, 수백발을 화살을 쏘아야 한다면 최소한 90% 화살은 암살자의 몸에 맞아야 할 것 같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는 시위를 벗어난 화살의 99%는 암살자의 몸을 맞히지 못한 상황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 장면이 그토록 인상적인 것이다. 예상치 않은 장면, 비상식적인 장면을 일부러 연출함으로서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멋진 장면이 되었다.


일을 한다는 것은 화살을 쏘는 일과 같다. 어떤 사람은 단 한 발의 화살을 쏘아서 목표물에 명중시킨다. 타고난 일의 천재다. 어떤 사람은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명중시킨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수백발, 수천발, 평생 동안 수만발을 쏘아도 목표물을 명중시키지 못한다.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목표물에 맞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오로지 쏘는 행위만 한다. 내 일이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해야 할 일, 시키는 일만 기계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무엇을 맞출 지 결정하지 못해 단 한 발도 화살을 쏘지 못한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해 고민과 방황만 하는 사람이다. 목표물을 잘 맞추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다. 조직의 리더가 주로 이 역할을 한다. 리더뿐 아니라 구성원들도 목표물을 정확히 파악해야 성장하는 조직이 된다.


전쟁에서 화살은 기업의 돈과 같다. 비즈니스라는 전쟁터에서 화살만 많이 가진 기업이 이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자본금이 많고 투자를 많이 받는다고 비지니스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물을 정확히 맞추는 뛰어난 궁수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 뛰어난 궁수를 외부에서 영입할 것인가? 부족한 구성원을 훈련을 통해 훌륭한 궁수로 키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전투든 비즈니스든 비슷하다. 어떤 전투를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그 전투에 필요한 뛰어난 궁수를 확보하고(다른 역할을 하는 구성원도 필요하지만 상징적 의미에서 궁수), 화살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


일은 달리는 말잔등 위에서 움직이는 목표물을 향해 화살을 쏘는 행위와 같다. 내외부 상황이 언제나 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목표물을 쏘는 행위에 담긴 의미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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