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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by 피라

달아,



오랜만에 네 이름을 불러 본다.


너를 처음 만난 건 서늘한 바람이 불던 2013년 3월의 봄날이었지.



웬 검은 아기 고양이가 앵앵대며 내게 자꾸 다가오며 다리에 몸을 비벼댈때 당황스러웠어.



넌 주차장에 숨어 지내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 듯 보였어.


앙상한 몸을 보니 일단 뭘 좀 먹여야겠다는 생각밖에 나지 않았거든.


두 손 안에 들어올 크기의 작고 야윈 너를 안았을 때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놀랐어.



한옹큼의 사료와 물을 얻어 먹은 답례로 너는 나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했어.

난 너의 어미가 되었고, 친구가 되었어.


너도 처음이었겠지만, 나도 처음이었어.


처음으로 고양이의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들었어.

넌 내 배 위에서, 내 다리 사이에서 잠을 잤고, 내 어깨 위에 올라가기를 좋아했지.



우리 만남은 너무 짧았어. 가장 빛나던 순간에 갑자기 꺼지고 말았지. 두 달 동안의 영화 같았어.

자막이 모두 올라가고 불이 켜진 후에도 나는 그 자리에 오래오래 앉아 있었어. 눈물이 멈추지 않았거든.



달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네가 떠올랐어.

나와 아무 상관 없었을 작고 외로운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이렇게 오래 오래 생각날 줄 몰랐어.



너 기억나? 너를 너무 좋아해서 네가 나오는 그림책을 하나 내어야겠다고 한 말.

아직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



어제 네가 들어간 로고를 그렸어. 이제 네가 다시 그때처럼 돌아온 것 같아.



너를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고, 네가 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겠지만, 나는 네가 세상의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며 많은 걸 보고 들었으면 좋겠어.

넌 너무나 어릴 때 세상을 떠났으니까.



이제부터 우리 함께 여행하자.



우리처럼 살다 가는 수많은 이들을 만나며 함께 울고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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