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의 제자이자, 스승이자 친구였던 비노바 바베. 그는 부자들을 찾아다니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 땅을 내어 놓으라 말했다. 누구나 생각했겠지만, 그 누구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목표는 5천만 에이커였으나, 4백만 에이커의 땅을 지주들로부터 헌납받아 땅이 없는 이들에게 나눠 주었다. 4백만 에이커는 스코틀랜드 크기의 땅이라는 정보가 많았다. 스코틀랜드는 한국의 약 70% 크기다.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팩트 체크를 해 보았다. 한국(남한) 면적인 약 1,000만ha를 에이커로 바꾸어 비교해 보았다. 숫자가 맞지 않았다. 처음에는 도량형 환산결과가 잘못된 줄 알았다. 남한, 한반도, 스코틀랜드, 4백만 에이커를 헥타아르, 제곱킬로미터(평방킬로미터), 에이커로 서로 바꾸고 또 바꾸어 교차 검증했다.
400백만 에이커는 남한 면적의 약 17%였다. 4백만 에이커가 스코틀랜드 면적이라는 정보는 잘못된 정보였다. 복사해서 붙여 넣은 인터넷의 정보가 문제였다. 잘못된 정보는 잘못된 생각을 확대 생산한다. 숲을 생각하면 부분적 문제 몇 개는 별 문제 없다 여길 지 모르겠다. 잘못된 데이터들로 쌓은 바벨탑은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바벨탑만 무너지면 다행이다. 사회가, 세상이 무너질 수도 있다.
데이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쿠바 미사일 위기 때 조금만 정보를 잘못 해석했다면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자신의 정보, 타인의 정보, 세상의 정보를 잘못 해석하면 그로 인해 문제가 점점 커질 수 있다.
배움이란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알고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비노바 바베의 토지헌납운동을 통해 잘못된 데이터에만 집착하는 것은 맥락을 놓치는 어리석은 정보 해석 태도다. 부분적 오류를 찾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어야 한다. 비노바 바베의 정신과 삶이 재테크와 자기개발의 시대에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가의 문제다.
콘텐츠를 만들어 퍼뜨리는 사람들은 철광석을 제련하듯 자신의 정보를 진실에 맞춰 제련해야 한다. 그럴듯하고 재미있는 정보를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단 한 명이 보더라도 믿을만한 정보 진실이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위너다.
비노바 바베의 토지헌납운동에 대한 서로 다른 정보들 중에 녹색평론의 정보를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1955년 동안 30년을 인도 전역을 걸어다니며 4백만 에이커의 토지를 헌납 받았다고 되어 있다. 이게 팩트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녹색 평론을 믿는다. 책에 실린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면 난 더 이상 녹색 평론에 실린 글을 믿지 않을 것이다.
널리 사람들의 관심도 받고 자신의 기준에도 부합한다면 좋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양자택일해야 한다. 사실에 근거해 양심과 진실을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 진실이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 나도 무너지고 세상도 무너진다. 언론의 사회적 역할까지는 필요 없다. 최소한의 직업적 양심을 가진 언론이 많아지길 바란다. 진실만 추구하다 망하는지 흥하는지는 해봐야 안다. 불확실한 세상에 어차피 확률은 반반이다. 죽는 길 아니면 사는 길. 어떤 길이 사는 길인지 잘 생각해야겠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진실이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