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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Jan 30. 2023

질문


고등학교 때 질문을 많이 했다. 특히 국어와 국사 시간에 질문을 많이 했다. 궁금한 것들이 많았고, 내가 질문하면 친구들이 좋아했다. 질문은 일종의 반항, 일종의 유희였다. 국사 시간에는 북쪽에 발해가 있는데 왜 통일신라라 부르는가? 지금처럼 남북분단의 시대를 남한에서 통일된 조국이라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은 것과 아닌가?와 같은 질문을 했다. 모범답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정말 궁금했고, 지금도 여전히 궁금하다. 국어 시간에는 작가의 진실과 문학적 해석 사이의 간극에 대한 질문을 주로 했다. 


교사는 진실하거나, 지식이 뛰어나거나 둘 중 하나면 자격이 있다 생각했다. 사학 비리로 뉴스에 난 학교에서 월급을 받아가는 대부분의 교사는 진실하지도 않고 지식도 부족했다. 대충 넘어가려는 교사의 태도가 불만스러워 계속 따지듯 질문하다가 많이 맞았다. 분명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질문을 한다고 때렸다. 교사의 공식적 이유는 진도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국어샘에게 많이 맞았다. 수학샘에게는 맞은 적이 없다. 아는 것도 없고 알고 싶은 것도 없어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질문이 좋다. 지난 20년 동안 어떤 질문이든 좋으니 당황스런 질문, 공격적, 비판적 질문도 많이 해 달라고 당부하고 강의를 시작했다. 학생들의 질문은 언제나 기대에 못 미친다. 강의의 목적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질문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이 충분한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가 내 강의의 문제인지, 학생의 문제인지는 오랜 화두다. 한국 학생들은 자연스런 질문에 익숙하지 않다. 질문 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다. 사는 건 삶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과 행동으로 대답하는 과정이다. 묻지 않는 사람의 삶은 과거의 성찰도 현실의 개선도 약속된 미래도 없다. 치열한 질문 없이 삶이 잘 풀린다면 그건 요행이다. 요행이 삶의 목표가 되면 곤란하다.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무엇이든 진심을 담아 묻는 것은 좋은 질문이다.  누군가의 질문에 마음을 담아 최선을 다해 대답하고, 강의나 심포지움, 토론회의 참석자들처럼 그 과정을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이 그런 질문과 대답에 대해 또 질문하고 서로의 생각을 상시적으로 나누는 경험. 내가 오랜 세월 꿈꾸어왔던 시간이다.  Q&A 뉴스레터로 그런 오랜 꿈을 이루면 좋겠다. 가능할 것 같다. 뭐든 한 번에 하나씩이니까, 단 한 사람만의 질문에 최선을 다해 하나의 대답을 하면 된다. 일주일에 하나의 질문을 받고 하나의 대답을 하는 루틴이 지속되면 좋겠다. 질문이 너무 많이 들어올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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