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경,
'축록자불견산(逐鹿子不見山) 확금자불견인(攫金子不見人)'라는 말을 책상 앞에 붙여 놓았다. 10년 가까이 새기고 또 새겼다.
오늘 자인연구소의 이형우대표 강연을 듣다가 다시 그 말을 만났다.
괄목상대한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기분이었다.
'사슴을 쫓는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금을 움켜쥐려는 자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세월 지나 다시 이 말을 접하니, 사슴과 산, 금과 사람의 의미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슴이라 믿었는데, 사람이었기도 하고, 산이라 믿었는데 금이기도 하고, 사람이라 믿었는데, 사슴이기도 하다.
내가 쫓고, 내가 가지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인간은 잘 모른다.
진정 산을 보고 사람을 보려면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자아를 버려야 참나를 만난다.
산은 '세상'이고,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이라 해석한다.
좁은 세상보다는 넓은 세상이 좋고,
유유상종보다는 다양한 삶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그게 여행이다.
여행은 꼭 여기를 떠나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다.
사슴만 쫓고, 돈만 쫓으려 하지 않으면 언제든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