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간단한 물리 법칙의 문제일지 모른다.
바다나 강, 어항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는 수압을 견뎌야 한다. 저 멀리 해초가 가득한 천국 같은 곳에 가고 싶어도 헤엄을 칠 수 없거나, 오랜 헤엄을 견뎌내는 신체가 받쳐주지 않으면 물고기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배가 뒤집혀 물 위로 둥둥 떠든가, 물 밑바닥 어딘가에 떨어져 다음 생을 꿈꿔야 한다. 아직 죽어보지 않은 자는 다음 생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
육지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중력에 저항해서 버티는 힘이 있어야 한다. 중력 속에서 살아가며 중력의 지배를 받는 물체를 옮기는 힘이 있어야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삶에서 옮겨야 하는 물체는 두 가지다. 나의 몸과 숱한 물건들. 옛날에는 인간을 위해 동물이 물건을 옮겼고, 노예가 옮겼다. 지금은 노동자가 옮긴다. 기계가 대신 옮겨주는 시대가 오고 있다. 누군가 대신 물건을 옮겨주는 시대에 인간의 힘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몸을 어디론가 옮겨야 한다. 학교에 가고, 출근을 하고, 놀고,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언제나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해야 한다. 머리를 이동시키는 용도로만 몸을 사용하면 곤란하다.
운동을 통해 몸을 단련해 중력에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하는 이유다. 몸이 받쳐주지 않으면 헤엄칠 수 없는 물고기 신세가 된다. 인간은 물고기처럼 운동 능력을 타고나지 않는다. 몸에 저항을 걸어 중력에 저항하는 힘을 스스로 기르지 않으면 헤엄치지 못하는 물고기 신세가 된다.
어릴 때 야구, 축구를 했고, 육상부를 하며 달리는 법을 배웠고, 중학교 때 유도를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검도를 배웠고, 회사 다닐 때 마라톤을 했고, 퇴직해서는 국선도를 배웠고, 수영을 했다. 2,30대는 사회인 야구를 했고, 어릴 때부터 줄곧 틈만 나면 등산을 했다. 그러다 오래 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다. 운동은 군대 시절 무용담이 되어버렸다. 이러다 안 되겠다 싶어 턱걸이를 시작했다. 2019년부터 턱걸이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턱걸이봉으로 했는데, 너무 단조롭고 관절에 무리를 주는 것 같아, 짐링으로 바꿨다. 2년 정도 이틀에 한 번 짐링을 이용해 턱걸이를 했다. 그러다 시나브로 그만두었고, 언제 마지막으로 운동을 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1년은 훨씬 넘은 듯 하다. 물 속에서 수압을 견디지 못해 힘들어하는 물고기가 되어버렸다.
이틀 전부터 다시 턱걸이를 시작했다.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지치고 피곤하던 헌 몸이 새 몸이 된 것 같다. 스펀지처럼 축 늘어진 온몸의 세포들이 즐거워하며 헤엄치는 기분이다. 인간은 동물이다. 중력에 저항하며 움직이는 힘을 길러야 하는 동물이 식물의 삶에 익숙해지면 안 되겠다.
나무로 만든 짐링이 자연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졌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짐링을 새로 샀다. 코어 근육을 단련하는데는 짐링이 단연 최고다. 턱걸이에 물이 올랐을 때 한 번에 10~13개씩 4, 50개를 했는데, 지금은 한 번에 7개가 한계다. 조금씩 환골탈퇴해서 중력에 영향받는 사람이 아니라, 중력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