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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인터뷰 Apr 28. 2023

새집증후군


연구소를 옮기는 이사중이다. 2년 동안 쌓인 책들과 짐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옆 건물로 옮기는 일이라 보름 동안 조금씩 정리하며 짐을 날랐다. 지난주 목요일에 새 장소에 필요한 것들을 다 옮겼다. 넓고 좋은 공간에 셋업을 끝내고 만족스럽게 앉아 30분 정도 시간을 보냈다. 예상치 않은 복병이 나타났다. 두통이었다.


업무환경으로치면 부산에서 둘째 가라면 섭섭해할 좋은 공간인데 앉아 있으면 머리가 아팠다. 작년에 큰 돈을 들여 사무공간을 조성한 곳이라 그런지 새집 증후군 냄새가 났고, 난 그런 쪽에 무척이나 예민하다. 퇴근 후에도 계속 어지럽고 속도 불편하다.


사무실을 가진 지인이 책상 하나를 내어주어 해운대 센텀으로 또 이사중이다. 3일만 더 지나면 이사와 셋업이 끝날 것 같다. 당분간 두 곳을 왔다갔다 해야 할 듯 하다.


숨쉬는 공기는 물, 전기와 다르다.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공기는 아직 공짜다. 그래서 공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것 같다. 애초부터 몸에 나쁜 물질을 사무공간에 들여놓지 않으면 될 일인데, 공기를 오염시키고 정화한다고 난리다. 창문이 없는 첨단빌딩의 새집 냄새나는 공간에는 최고가의 최신 공기청정기가 여러 대가 맹렬히 돌아간다. 하지만 머리가 아프다. 나만 부적응자인 것 같다.


숨쉬는 일은 밥먹는 것처럼 공기를 몸 안에 넣는 행위다. 상한 음식, 나쁜 음식을 먹으면 배탈, 설사, 오바이트 등으로 다시 꺼집어낼 수는 있지만, 공기는 한 번 들어가면 돌이킬 수 없다. 구조, 집기, 디자인은 그리 신경 쓰면서 그것들이 뿜어내는 유해물질에 대해서는 왜 아직까지 무관심한지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나처럼 몸에 반응이 생기고,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못 느낀다고 괜찮은 것일까?  


10년전 치앙마이에 머물 때, 커다란 불탑으로 유명한 왓 체디루앙으로 매일 산책을 다녔다. 오토바이 주차장이 있는 뒷문으로 다녔는데, 공짜로 들락날락했다. 반쯤 현지인이었던 탓인지, 그때는 무료 개방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사원 안 의자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새장을 들고 매일 출몰하는 중년의 태국 남자가 있었다. 그는 관광객이나 스님에게 새를 팔았다. 새를 산 사람은 새를 날려 보내주었다. 새파는 남자는 새잡는 실력이 출중한지 매일 대여섯마리의 새를 잡아 가둔 새장을 들고 나타났다.


새를 잡지 않으면 방생이라는 그럴듯한 일도 사라질 것이다. 새는 계속 잡혔고, 남자는 계속 돈을 벌었고, 관광객은 계속 방생했다. 자본주의가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좋겠다. 공기를 오염시킬수록 GDP가 늘어나는 시스템이 의심스럽다. 바라는 건 단순하다. 그냥 나쁘지 않은 공기 속에서 숨쉬고 싶다. 너무 큰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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