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옹책방 May 04. 2023

기업 생태계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그 기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이 하는 '일'에 투자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업의 성장'과 '기업의 일'은 주식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서로 비슷한 말 같지만, 일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성장에 대한 목표 때문에 일을 망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오로지 수익만을 위한 투자 관점에서 보면 일보다 수익이 중요하다. 이윤이 절대 가치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임에도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 폐기하고, 수익이 생겨 기업이 성장하는 순간 이윤을 위해 보유한 그 기업의 주식을 빛의 속도로 팔아버린다. 끊임없이 수익을 내며 끊임없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중환자실로 가는 것이 상장기업의 운명이다.


기업이 하는 '일'을 통해서 성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상식적 순서이지만, 성장의 관점에서 일을 섣불리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해도 수익이 나지 않거나 성장하지 않으면 그 기업의 가치는 사라진다. 관점과 프로세스가 바뀐 탓이다.


가치와 의미가 담긴 좋은 일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 그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그 수익을 또 다시 그 좋은 일에 투자해 지속적 수익과 성장의 엔진을 만드는 일이 비즈니스다.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좋은 일의 본질은 타인을 돕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언가가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을 때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잊고 산다. 기업이 제공하는 재화와 서비스에 관심 가지게 만드는 일, 그들 삶에 도움 된다고 믿게 만드는 일에만 기업의 자원을 쏟으면 안된다. 기업은 타인의 삶을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일이 타인에게 진정으로 도움되는지 찾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 내게 진정으로 도움되는지, 어떤 일이 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없는 비즈니스는 사상누각이다. 경영이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는 건 사치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성장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는 착시에서 벗어나, 좋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기업인지 아닌지는 그 기업이 어떤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실현하려는 가치로 판단되어야 한다. 인간의 가치란 타인을 돕는 일로 귀결된다. 인간은 타인을 도움으로서 자신을 돕는 존재, 자신을 도움으로서 타인을 돕는 존재다.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돕지 않으면 인간은 공멸한다. 인간뿐 아니다. 모두가 그렇다. 그런 시스템을 생태계라 부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MZ세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