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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옹책방 Jun 22. 2023

경험

취준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경험이다. 기업에서 경험을 묻기 때문이다. 최근의 트랜드, 10여년 전의 트랜드가 아니다. 기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아니 처음부터 기업은 지원자의 경험이 궁금했다. 


하나마나한 주관적 생각(뇌피셜)을 말하는 지원들이 많으니, '다 필요없고, 너의 경험만 이야기해, 그러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할게.'라는 취지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 위해 경험에 매몰된다. 경험을 하는데, 경험이 자신 삶에 가 닿지 않는 상태에서 냅다 노력만 한다. 열심히 사는데 이유도, 의미도, 가치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경험이 스펙인 시대다. 경험은 비용과 자원이 든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 많다. 코로나 때문에 사그라들었지만, 취준생의 어학연수와 배낭여행 경험이 코에 뚫린 두 개 콧구멍처럼 여기던 시대가 있었다. 또 어떤 경험들이 스펙의 대표 선수로 등극할 지 모르겠다. 기업 인턴 경험이 실질적 대표 지위를 차지하려는 것 같다. 맹목적 경쟁으로 기업은 인턴을 수단으로 여기고, 취준생은 맹목적 충성만 배울 가능성이 보여 우려스럽기도 하다. 뭐 다들 잘 하겠지. 


취준생들은 착각한다. 화려하고 그럴듯한 경험들을 많이 하면 뽑아줄 거라고 착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 경험들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지원 직무 수행에 어떻게 연관되며, 경험과 지식을 통해 어떻게 일을 할 것인지 스스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경험의 자기화다. 자기화되지 않은 경험은 나의 경험이 아니라, 남의 경험과 같다. 자기 소개서가 아니라, 남의 소개서를 쓰는 이유다.


경험 자체는 의미 없다. 경험을 통해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경험보다 경험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경험을 대하는 태도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 자신을 대하는 태도로 엿볼 수 있고, 이는 곧 일을 대하는 태도, 즉 직무 역량의 토대로 연결된다.


행위가 포함된 것만 경험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뇌에 입력되는 모든 것이 경험이라 봐야 할 것 같다. 수업, 동영상, 책, SNS, 대화 등을 통해 특정 정보가 시냅스를 자극하는 모든 행위를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독서 행위도 프로젝트 수행, 어학연수, 공모전, 인턴 경험 못지 않는 좋은 경험이라 생각한다.


좋은 경험이냐, 아니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경험 자체에 있지 않다.

직접 경험이든 간접경험이든 그 경험을 씹어 먹고, 소화를 시켜 얼마나 자기화되었는가가 기준이다. 다시 말하면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우고 느끼고 성장했는가? 그래서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그 말을 글로 쓰면 자소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해 말로 하면 면접이 된다. 


내세울 그럴듯한 경험이 없다 한탄할 필요 없다. 어떤 경험이 가치 있고없고는 아무도 말해줄 수 없다. 자신만이 안다. 아니 스스로 기어코 알아내야 한다. 그게 삶이다. 경험을 '일상'으로 , 입사지원을 '삶'으로 바꾸면 모두에게 해당된다. 자신의 경험과 세상(지식, 정보)을 연결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며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그게 공교육의 역할이다. 입시가 아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하며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그게 교육의 목적이다.


비겁하게 미루지 말아야 한다. 중학교는 아이를 고등학교로 넘기는 것이 일이고, 고등학교는 아이들을 대학으로 넘기는 것이 일이고, 대학은 학생들을 기업으로 넘기는 것이 일이다. 그리고 기업은 책임지지 않는다. 누구든 당장 책임을 지고 지금의 단계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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