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몇 년 지나서부터, 우리 가정은 명절 때마다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부터, 명절만 되면 늘 차례를 지냈었지만,
이제는 가족들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그렇게 바뀌게 되었다.
나는,
결정권이 없었던, 예전의 어리기만 했던 그 나약한 남자아이가 아니고,
이제는 위엄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되었으니까.
처음 차례상을 치웠을 때, 당연히 부모님의 반대가 컸었다.
아마, 아쉬움 또한 있었을 것이다.
당연한 듯이 해오던 차례상을 이제는 안 하겠다고 결정을 했으니.
우리 집안 최초로, 그것도 본인들의 아들인 내가 말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 집안에서 '현재를 주도하는 세대'가 나로 바뀌었다.
그동안 성장해오면서 내게 형성되었던, 그 수 많았던 가치관들과 사고방식들을 이제는 그대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시기가 되었을 뿐이다.
그렇게 '새로운 세대'로 이어가면서, 시대와 생활방식 등은 점점 바뀌어가는 것이다.
난 이미 결정을 내렸었기에, 당당하게 얘기했다.
차례상은 이제 그만 차리겠다고.
그러자, 당연히 나와야 할 그 말이 튀어나왔다. 왜 안 나오나 했다.
"그럼, 우리 제사상도 안 차리겠네?"
이야~, 역시 드라마들의 영향력들과 세뇌 수준들은 상당하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유를 묻는 게 순서일 텐데도,
드라마들에 나오는 단골 대사들처럼, 완전히 발암을 유발하는 대사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튀어나왔다.(-,.-)
막장 드라마들의 영향들로 인해, 이것저것 따져보지도 않고 본인도 모르게 '무심코 내뱉는 말들'이 뭐 한둘이랴?
난 말했다.
당연하지.
난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보란 듯이 장례식을 화려하게 하고,
기일마다 꼬박꼬박 챙기고,
제사상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리고 하는,
그 모든 짓거리들이 효도라고 생각하진 않으니까.
그냥, '남들을 의식하는 행동'들일 뿐이지.
이렇게 곁에 계실 때 자주 찾아뵈면서 함께 있어주고,
여행도 자주 가고, 대화도 자주 하는 게 더 났다고 생각하거든.
그것도 부모에게는 손도 하나 벌리지 않고 알아서 결혼해서,
남들은 1명 얻기도 힘든 손주를 4명이나 품에 안겨 드렸고,
손주들까지 모두 건강하고, 아무 탈 없이 잘 키우면서 걱정 끼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는 데다가,
주말마다 거의 만나서 식사도 하고, 여행도 자주 가고,
상당히 가까운 곳에 살면서 왕래도 자주 하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다 챙기고 있으니,
이미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웬만한 효는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돌아가시고 나서도 뭐가 더 있어야 하는 거야?
내가 죽을 때까지?
그럼, 그런 행위들은 대체,
누구를 위해서 살아가는 삶이지?
지금 살아있는 내 가족들을 위해서야, 아니면 이미 잘 살다 간 가족들을 위해서야?
살아계실 때 잘하면 되는 것이지,
왜, 돌아가시고 나서 까지 꼭 그래야 하는 거지?
난 내 아이들과 귀여운 며느리들이,
1년에 두 번 있는 그 긴 연휴기간 동안에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들을 갖길 바라지,
내 밥상을 차린다고, 그 고생들을 하기를 바라지는 않아.
그래서 보여주기 싫어서 없애는 거야.
내 아이들에게 아예 생각하지도 말라고.
연휴에는 다른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족들과 즐기라고 말이야.
인생을 살아가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정말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고마운 일상들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들이 되어버린다면,
그 누군가는 분명, 주위 사람들까지도 불행하게 만들어 버린다.
감사한 일들에 '감사함'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서,
더 큰 '욕심'을 부려대며, 투덜댈 테니까.
그래서, 나도 평상시에 '욕심'을 자제하려고 꽤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함께 사는 가족들에게도 늘 주의를 주고 있다.
위에서 내가 부모님에게 말했던 것처럼.
이 놈의 '욕심'이라는 놈은,
방심만 하고 있으면 늘 튀어나오게 되어있다.
그리고, 이 '욕심'이라는 놈보다,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는 이 세상에 없다.
본인의 삶이 왜 불행해졌는지,
그 원인을 찾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에 이 '욕심'이라는 놈이,
나 자신과 내 주위 사람들 속에 침투해 있음을 '소름 돋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그나마 불행하지 않고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이 '욕심'이란 놈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례상에 대한 고집들을 부리는 것들도 다 '욕심'으로 인한 행동들이다.
그게 '욕심'이랑 뭔 상관이냐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별로 해드릴 말이 없다.
이미 생각하는 게 다르니까.
그냥 열들 내지 마시고, 그대로 사시면 된다.
각자가 살고 싶은 방식대로.
단, 차례상 같은 것들은 고집들을 부리더라도,
본인들 역시 성심성의껏 잘 도우면서 고집들을 부리길 바랄 뿐이다.
현재,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부모님과 저런 식으로 대화를 했다고 해서 바로 상황이 좋아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좀 더 차례를 지내지 않는 상황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과 같이 지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명절이,
모든 가족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로 변해버렸다. 물론, 부모님 조차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말로,
뭐든지, '별 것' 없다.
왜 별거 아닌 것들로 그렇게들 싸우고 다퉜었는지, 진짜로 다 부질없게만 느껴질 뿐이다.
사람들이 죽음을 앞에 두고 나서야,
'지나온 날들을 후회'한다는 그 얘기가 와닿을 정도로.
명절에 대한 내용은 다음 3편에까지 이어진다.
가족들을 사랑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사랑하고 있다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 행동들을 보면 전혀 사랑하고 있는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사랑이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다들 연애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로만 떠들어댔는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연애를 했었던 그 시절을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
사랑이란,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당신은 정말로,
가족들을,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는가?
그럼 당신은,
오늘 가족들에게 어떤 표현을 했는가?
아니,
지난 일주일 동안 무슨 표현을 했는가?
아니면,
지난 한 달 동안...
아니...
표현을 하기는 하는가?
- 어느 작가의 글
[ 1편 ] 명절마다, 여성들에게 일 시키는 게 예의고 전통이야? : https://brunch.co.kr/@pirates/40
[ 3편 ] '명절 차례상'을 없애버리고, 다른 걸 택한 이우https://brunch.co.kr/@pirates/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