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이들이 성장하는 시간 동안 과연 뭘 하는지 한 그림에 넣어보았다.
[우리 딸이 친구들의 일생 같다고 그려준 것이다.]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매일 어딘가를 다니기 시작한다. 마치 그러려고 태어나기라도 한 듯이.
그렇게 아이들은 해가 갈수록 아침에 눈을 뜨면 어디론가로 가는 것에 점점 익숙해진다. 자신이 왜 가야 하는지, 안 가면 왜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르는 채 남들도 다 가고 나 역시 가야 하기에 그냥 집을 나선다.
태어나자마자 엄마, 아빠가 가라고 하니까. 오지 않으면 왜 오지 않느냐고 선생님들이 전화를 하니까. 다들 가는 곳에 내가 가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이나, 이상한 집구석으로 취급을 하니까. 그냥 다들 가는 대로 따라간다.
이런 루틴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는다. 궁금해하지 않는다. 반박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는다. 상상해보지 않는다.
아직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동생들을 학교로 데려다주고서, 큰 아이들과 근처 산책로에서 산책 겸 운동을 하고 있다 보면 며칠에 한 번씩은 어르신들이 말을 걸어온다.
"아니, 왜 이 시간에 애들을 학교에 안 보내고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야? 내가 진짜 그동안 너무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었다니까?"
어쩔 때는 아빠인 나에게 마치 따지듯이 말하는 분도 계셨다.
이럴 때마다, '학생은 꼭 학교를 가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신 분들을 상대로 설득을 한다거나 상세한 설명들은 하지 않는다. 그저 한 마디하고 만다.
"학교 말고 집에서 공부합니다."
그러면, 모두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똑같은 말들이 되돌아오곤 한다.
"학교에서 공부를 해야지 집에서 무슨 공부를 해?"
뭐, 어르신들이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항상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런 시대를 살아오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요즘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어떻게 성장들을 하는지 관심도 없으시고 전혀 모르시니까.
"요즘에는 집에서도 똑같이 공부할 수 있어요. 오히려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도 있고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답니다."
난 이 말을 끝으로 자리를 뜬다.
더 대화를 해보았자 그분들을 이해시키는데 한참 걸리기도 하고, 또 이런 경우들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똑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는 것도 별로다. 그저 상대방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뒤에서 욕을 하든, 잘근잘근 씹어서 자신들의 이야깃거리로 삼든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으면 그만이기에 대화는 항상 짧게 마무리를 짓는다.
나와 아이들이 그렇게 남들을 의식할 거였으면 진작에 홈스쿨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학교보다 홈스쿨링을 택한 것을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선택이 옳음을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나와 내 아이들, 그렇게 우리 가족만이 이런 삶에 만족을 하면 되는 거니까.
8년 전에 초등학생이었던 우리 동네 아이들을 최근에 공원에서 만났다.
이제 좀 컸다고 잘 보이지도 않더니 그 사이에 몰라볼 정도로 훌쩍 커져들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내 예상을 그다지 벗어나 있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그 사이에 자신의 수능 성적에 맞는 대학교들에 다들 입학을 했고 그렇게 대학생이 되어 여전히 학교생활들을 하고 있었다.
난 졸업 후에는 뭘 하고 싶은지 아이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다들 대답들이 시원치 않았다. 여전히 뭘 해야 할지를 정하지 못한 듯 보였다. 마치 예전에 나와 내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래도 어떤 아이는 정한 듯이 보였지만 자신은 전혀 없어 보였다. 아마도 곧 졸업하게 되면 우리와 마찬가지로 취준생으로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모습들이 마치 미리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저 아이들의 학창 시절이 어땠었는지는 내가 지켜봐서 잘 알고 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들을 갔었고, 다시 공부방을 갔었고, 중고등학생 때는 밤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다가 집으로 향하고는 했었다. 늦은 시간에 가끔씩 마주쳤을 때, 어디 다녀오냐고 물어보면 야자를 끝내고 왔다든가, 학원 끝나고 오는 길이라고 했었다.
그렇게 수많은 시간들을 삶을 가치 있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보다는 오로지 학업에만 쏟아붓고도 결말이 여전히 똑같았다. 아이들은 여전히 경쟁을 하고 있었고, 여전히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였고,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봤을 때 아이들의 얼굴에는 근심과 걱정, 여러 가지 생각들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하라고 해서 했지만, 그렇게 가라고 해서 갔지만, 여전히 답은 찾지 못한 상태인 듯이 보였고, 마치 갈 길을 잃은 듯한 어린양들처럼 보였다.
은둔 고립 청년, 50만~100만 시대.
은둔 고립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남들이 살아가는 데로 돈이라도 벌러 기계처럼 나가는 청년들까지 합친다면 족히 1000만은 가뿐히 넘길 것이라고 본다.
이 아이들은 무엇을 위해서 그 기나긴 시간 동안,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그렇게 노력들을 했을까?
그리고 졸업 후에는 또 무엇을 위해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그렇게들 생활하고 있는 걸까?
과연, 알기나 할까? 본인들이 왜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는지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