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21화에서 이어지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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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예상했던 것보다 인생이 차~암 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확실히 느끼고 있는 것은 우리들의 인생이 예상했던 것보다는 참 길다는 거야.'
이런 긴 시간 동안을 자녀 없이 지낸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삶일 수도 있지.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다고도 말들을 하지만. 언제든지 남이 될 수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과 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비교 자체가 되지를 않아.
내가 남들에게 돈과 시간, 애정과 사랑을 쏟아봤자 한 가지 일로 사이가 멀어진다면 바로 끝장이야.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것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거지. 게다가 배우자 또한 원래는 남이라서 이혼을 한다면 바로 끝나버려.
하지만, 자녀들은 다르지. 아이들은 절대로 남처럼 될 수가 없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또한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모질게 버리지만 않는다면 절대로 남처럼 되지가 않아.
그리고 한 때 버렸다 하더라도 자식들이 부모를 용서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지. 그 정도로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존재가 세상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야. 남들로만 가득한 이 세상에서 부모라는 존재는 엄청난 의미를 갖고 있는 거지.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를 얻는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 주고, 생각해 주고, 버리지도 않는 아주 강력한 존재를 얻게 되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야.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본인이 자녀이거나 아니면 자녀가 있는 부모일 거야.
그 외의 사람들은 아이들의 자퇴를 걱정할 리가 없으니까.
일단 자녀를 낳았고, 함께 살고자 결심을 했다면 우리 부모들은 이 점을 꼭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예상했던 것보다, '인생이 차~암 길다는 사실 말이야.'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자녀들을 키우는 데 있어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야.
그렇게 강력한 존재를 얻었으면서 왜 그리 조급해하는 거야?
자녀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10대 때에만 하는 것도 아니고,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만 하는 것도 아니야.
20대에도, 30대, 40대, 50대, 60대에도 천천히 해나가야 하는 아주 일상적인 생활인 거지.
지금 부모가 되었어도 여전히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엄마, 아빠들처럼 말이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그래서 이런 글들을 찾아내어서 읽고 있는 거잖아.
그건 우리의 자녀들도 마찬가지야. 성장은 그렇게 천천히 하는 거지.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부모들이 아주 아이들을 잡고 있어.
마치 성장하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것처럼. 삶의 여유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지.
그 시간들을 지나쳐버린다면 마치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안달복달들을 하면서 말이야.
그것 때문에 아이들은 그 시기에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행복들을 만끽해보지도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어. 그러다 아이들의 인생이 빨리 끝나기라도 한다면, 아이들은 아마도 지나온 삶들을 이렇게 회상하며 떠나겠지.
"뭐, 아무것도 없었어." "진짜로 별거 없었다고."
아이들을 너무 보채지 마. 너무 진 빠지게 하지 말자고.
난 내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으로서 자기 앞가림을 잘해나가는 시기로 빠르게는 30대로 잡고 있어.
그렇게 기준을 잡은 것은 내가 그랬기 때문이야. 내가 30대 중반쯤부터 그런대로 앞가림을 해내기 시작했거든.
물론 내 아이들은 나의 도움을 받아서 더 빠르게 성장할 수도 있겠지(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내가 그 나이대로 기준을 잡은 이유는 아이들에게도 시간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야.
지금 그 시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과 기쁨, 즐거움을 만끽하면서 보낼 수 있는 시간.
유아기 때, 10대, 20대, 30대 때마다 느낄 수 있는 '행복과 기쁨, 즐거움' 등은 다 달라.
그런 삶의 소중함들을 뭔가를 빨리 이뤄내기 위해서 희생당해야 하는 꼴들을 난 볼 수가 없었어.
그래서 천천히 가도 되는 삶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게 되었지.
어차피 삶은 예상했던 것보다 차~암 기니까.
별 탈 없이 오래 산다고 가정한다면 차~암 길고도 긴 게 우리의 삶이지.
그리고 오래 살지 못한다 하더라도 뭔가를 이뤄내고 빨리 가는 것보다는, 저렇게 후회 없이 기쁘고 행복하고 싶은 만큼, 원 없이 살다가 가는 게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해.
자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남겨진 그 부모들이 무엇들을 후회했었는지 혹시 알아본 적이 있어?
그 누구도 아이들이 뭔가를 이뤄내지 못하고 떠났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단 한 명도 생각해보지 않았어.
다들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더 즐겁게, 더 기쁘게 살다가 가지 못한 것을, 그렇게 해주지 못한 것을 엄청 후회하고 있었지. 분명히 '더 잘해 줄 수 있었는데...' 하고 말이야.
그래서 난 내가 후회하지 않도록 살고 있을 뿐이야.
그리고 내 아이들이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고 있을 뿐이지.
난 그게 진짜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아.
그저 더 생각하고, 행동할 뿐이야.
< 다음 편 >
6. 육아/교육의 시간을 돈과 비교하면 안 되는 이유.
7. 아이들도 처음엔 위인들보다 부모를 더 존경했어.
[ 사진출처 : Unsplash의 Mark Stosberg ]
[ 23화에서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