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다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쉴 새 없이 움직이다 어깨에 찜질팩을 올리고, 그마저 무거워 던져버리고 식탁을 마구 정리했다.
너무 아파 울면서 물건을 던지다시피 했다. 작년의 필라테스 선생님에게 다시 운동을 하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5개월 만이었다.
그곳까지 내가 운전을 해서 갈 수 있을지도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온갖 빛은 어떡하지? 부딪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와의 상담을 예약했고, 여전히 울며 그다음 날로 예정됐던 문구점 오픈일을 미뤘다. 그보다 더 아플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다시 작년의 재활을 이어가게 된 것은 꼬박 6개월이 지난 후였다. 10월에 미루고, 4월이 되었다. 나는 여전히 기본 동작이 어려웠고, 내 몸은 더 나빠진 상태였다.
‘몸이 어떻게 이렇게 되죠?’
그는 나의 몸이 몹시 안 좋아졌다고 했다. 나도 요새 내 몸을 가누기가 매우 힘들다고 했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두통이 있었고, 운전까지 하고 와 조금 더 심해진 상태였다. 나는 그의 말이 뿌옇게 들렸다. 두통은 나와 세상의 경계를 안개처럼 흐리게 만든다. 모든 소리, 빛과 냄새에 예민하지만 나는 내 앞만 겨우 보고 걷는 느낌이다. 시야도 사고도 모두 좁아졌다.
‘어깨가 왜 아프겠어요.’
‘쓰지 말라는 건가요.’
‘네. 아프면 쓰지 말아야 돼요. 아플 때 쉬지 말고 불편할 때 쉬세요.
머리가 왜 아프겠어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거죠.
몸의 신호를 무시하지 마세요.’
‘그럼 이렇게까지 다 아프면
그냥 살지 말라는 거 아니에요?’
몸의 신호를 듣다 듣다 지쳐버린 내가 말했다.
‘마음을 무리하지 말라는 거죠.’
아. 마음. 나는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아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이 무리였을까. 내 마음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능했을까. 마음이 비명을 지르는 데도 무리해서 일을 했다. 직업을 내 손으로 때려치워 놓고도 불안함을 못 이겨 무리해서 무언가가 되려고 했다. 내 마음은 언제부터 소리치고 있었을까. 내 마음에겐 그것들이 언제부터 무리였을까. 삼십 년을 넘게 살고도 그거 하나 몰라 내가 나를 이렇게까지 힘든 상황에 몰아넣은 것만 같았다.
나의 마음을 아는 것. 내 마음과 몸을 무리하지 않는 방법을 아는 것. 평생 내가 그걸 몰라 날 힘들게 만들었다면 지금이야말로 그걸 알아내야 할 때인 것 같았다.
생각을 줄이고 느리게 걸어. Think less walk slowly. 얼마 전부터 머릿속에 가득한 그 한 문장만 되뇌며 집 주변을 걸었다. 생각을 줄이고 느리게 걷자. 생각을 줄이고 느리게.
문구점 일은 온통 생각과 고민을 하는 일뿐인데 그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큰 불안함에 사로 잡힐 텐데. 나를 살리는 적정선은 무엇일까. 이제 글도 쓰지 말아야 하나. 생각이 필요한 것들은 되도록 최소화해야 하나. 생각을 줄이자는 생각을 또 이렇게나 많이 해버렸다.
요 며칠 새벽에 깨지 않아 신기했는데 그렇게 생각 뭉텅이를 얹으니 새벽 2시에 깨버렸다. 생각을, 줄여야 한다.
삐그덕거리는 몸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매 순간 고통스럽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아플 때 말고 불편할 때 쉬어야 해요.’ 그의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 몸이 무너지면 자세를 다시 정렬하길 반복한다. 계속 실패하지만 다시 노력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아프지 않기 위한 것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