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 사면초가
목이 너무 아파 테이핑을 했고, 너무 오래 붙여서 피부가 망가졌다.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테이핑은 안녕이다.
통증이 서러웠던 어느 저녁, 엎드려 울고 싶은데 목과 어깨가 너무 아팠고 눈물을 닦으려니 며칠 전 단 한 번의 외출로 눈에 염증이 생겨 눈에 손을 댈 수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건 내가 살아보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 가는 심리상담이었고, 그날 저녁부터 눈이 따가워지고 몸살이 났다. 안과와 내과가 같은 건물에 있어서 병원 외출은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했다.
- 밖에 되도록 나가시지 마시고요.
이보다 더 안 나가는 삶을 살 수가 있나. 터덜터덜 병원을 나왔다.
아무것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온갖 통증이 나를 가로막고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재활 필라테스에 나가지 못한 지 벌써 6개월이다. 몸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통증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손만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가을 겨울이 지나 봄이 되었다.
목과 어깨의 통증 때문에 너무 힘들 때, 테이핑으로 쓰라린 피부 위에 어쩔 수 없이 차선책으로 찜질팩을 얹을 때, 나는 어서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러 나가고 싶다. 병원 치료도 소용없었다. 이 끈질긴 통증엔 오직 그것만이 유효했고,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았다.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종일 어두운 곳에서 빛을 피해야만 하는 나, 햇살을 바라보지 못하고 숨는 내가 그곳에 갈 수나 있겠어? 갈 수라도 있겠어?
일주일에 1번 운동을 하면 거의 일주일을 앓았다. 그 시간이 짧아지고, 일주일에 2번씩 운동을 나갈 수 있게 되면 분명 곧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했다. 눈이 땡그래진 나에게 통증이 정말 사라진다고, 그가 무심한 듯 여러 번 말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 집의 햇살은 오직 몬스와 몬라, 휘바와 셀링에게만 내어준 채 어두운 곳에 숨어있다. 편두통의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럼 그 끝이 있으면?
화분 하나 옮기면 하루의 에너지가 사라지는 나를 생각한다. 산책도 하지 않았는데 천근만근인 두 다리를 생각한다. 내가 지금 편두통만 낫는다고 갈 수 있는 거 아니잖아. 그게 유일한 문제가 아니잖아.
손 수술을 하기로 했다며, 손이 회복되면 다시 운동하러 가겠다고 한 것이 지난 11월이다. 해를 넘긴 4월이 되었다. 이젠 손은 준비가 된 것 같다. 나머지 모든 것은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다.
- 걸으세요. 무조건 걸으세요.
그는 나에게 그 말을 몇 번이고 했다. 질릴 정도로 여러 번 반복했다. 그래야 나을 수 있다고. 통증은 정말 없어진다고.
그래서 걸었다. 산책한 날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나를 칭찬해주었다. 그러다 날이 추워졌고, 손 수술을 했다. 집에만 있게 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봄이 오면 나가 걸을 수 있게 될 줄 알았다. 편두통이 3달이나 계속될 줄 몰랐다. 햇살을 마주하고 걷는 것이 불가능해질 줄 몰랐다.
얼마 전 편두통 약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갔을 때, 햇살을 머리카락으로 온통 가린 사람은 나뿐이었다. 모두에겐 이 따스한 봄볕이 반가운 듯했다.
평생 봄 햇살을 피해본 적이 없지 내가.
나도 그걸 참 좋아했었지.
나의 식물 친구들에게만 빛을 내어준 내가 숨어서 햇살을 엿본다. 나의 봄날이 오기는 하는지 숨어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