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고기 Aug 06. 2022

글쓰기를 준비하는 마음

한동안 글을 쓰는 일에서 멀어져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크게 숨을 고르고 있다.


아픈 몸이니 몸이 나아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지만, 이번 여름엔 더욱더 강력하게 ‘글을 쓰기 위한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곧 정말로 글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만 한다. 내가 가야 할 길이 아주 길고 나는 이제 겨우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지만 두려운 마음이 들진 않았다. 그저, 이 레이스를 완주하기 위해서 더 단단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동안은 글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잘도 어겼는데, 몇 주간은 온전히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이전까진 어차피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거 쓸 수 있을 때 한 줄이라도 남겨야지, 라는 마음이었다면, 지금은 내겐 반드시 다가올 미래가 있으니 지금 당장 적지 않더라도 결국 쓸 수 있으리라는 마음이다. 약속이 생긴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한 것인가 보다. 한 치 앞도 몰라 미래를 비관하던 나는 다가올 일 년을 내다보며 체력을 안배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본격적인 작업은 9월에 시작할 것이다. 여름엔 글 작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목차를 종종 다시 읽어보고만 있다. 어차피 실제로 쓰면 바뀔 테니 지금 더 이상 고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자세히 생각하진 않는다. 이미 그 목차도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름에는 편두통에서 멀어지는 것에만 집중해야지. 글을 쓰다 멈추고 선글라스를 가져와 썼다. 스크린이 내뿜는 빛이 두통에 좋지 않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내게 일어나는 일은 편두통이 있는 눈앞처럼 뿌옇기만 했는데 선물 같은 일이 있어나기도 했다. 그것마저도 나는 아직 뿌옇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편두통이 걷히고 글이 쌓여가면 뿌연 어둠이 걷히겠지. 모든 게 분명해지겠지. 내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도 나는 더 분명히 알 수 있겠지.


내가 겪은 일들이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나는 비로소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비로소 모든 게 다 괜찮아질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쓴 후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나는 그 글을 다 쓴 후의 내가 기대될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계획자의 불렛저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