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그냥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표심 Oct 29. 2022

어릴 때 입력된 것, 그놈의 죄(罪)

모든 사람은 죄인?

당부의 말씀.

  이 글은 저를 관찰하고 쓴 글입니다. 특정 종교를 ‘폄훼(貶毁, 낮출 폄 헐 훼)할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모든 종교, 사회, 국가, 개인은 다 자기 입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 얘기일 뿐입니다.

*죄 άμαρτία’(하마르티아) :  과녁에서 빗나간 화살


1. 어른 말 알아듣기


  대여섯 살 때부터 엄마, 아빠를 따라 수많은 교회 부흥집회를 참석했다.


  어린 나이였지만, 부흥강사들이 무슨 설교를 하는지 모두 알아들었다. 부흥사들 설교는 쉬웠다.


  그들의 설교엔 불행한 부자들이 등장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풍성해도 서로 물고 뜯는 부자들이었다. 반대로 변변히 입을 옷도 없이 가난했지만, 찐빵 하나를 사 와서 나눠먹는 기독교 신앙인이 나왔다.


  서로 사랑하며 부둥켜안는 장면에서는 우는 척 설교를 했다. 부흥사의 울먹이는 소리가 벽 군데군데 작은 고동색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감정을 실은 설교는 내 마음도 울렸다.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다.


  그들의 설교 주제는 주로 죄의 회개였다. 그리고 끝에선 고액헌금 작정이 따랐다. 성령의 감동을 받은 청중은 작정헌금으로 자신의 믿음을 보여줘야 했다.



2. 날래게 뛰어나가♬


  작은 교회들은 뜨거운 집회에서의 작정헌금을 통해, 천정 벽걸이 선풍기, 장의자 등을 마련했다. 또, 목회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최신식 마이크를 비롯한 음향기기도 바꿀 수 있었다.


  부르는 노래회개의 찬송으로 시작해서, 성령의 불로 뜨겁게 넘어갔다. '내 주를 가까이하려 함은 ♪ 십자가 짐 같은 고오~생이나♬'같은 찬송가를 느리게 부르면 힘이 빠졌다. 1초에 박수를 2회 이상 힘차게 치는 찬송가를 부르면 심장이 뛰었다.


  "합동찬송가 343장, 개편찬송가 270장입니다."

  청중들은 각자 가져온 찬송가에 따라 조금씩 다른 가사의 찬송가를 불렀다. 찬송가가 통일되기 이전이었다.


   "먹보다도 더 검은, 죄로 물든 마음을~"

   "먹빛보다 더 검은, 죄로 물든 이 마음~"


   "눈보다도 더 희게, 깨끗하게 씻었네"

   "흰 눈 보다 더 희게, 깨끗하게 씻겼네"


   "주의 보혈 흐르는데, 날래게 뛰어나가"

   "주의 보혈 흐르는데, 믿고 뛰어 나아가"



3. 그놈의 죄~


  우리 집은 합동 찬송가였으니, 나는 '먹보다도 더 검은'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평소에 연습이 돼 있어, 안 보고도 부를 수 있었다. 야~ 내 마음은 먹보다도 더 검은가 보다~ 날래게 뛰어나가야 하나 보다.


  집에서도 아래와 같이 죄(罪)에 관한 노래를 엄마와 함께 불렀다.


  "천부여 의지 없어서, 들고 옵니다♪ 주 나를 박대하시면 내 어디 가리까♪"

 "물과 같은 보혈은, 임마누엘 피로다. 이 샘에 죄를 씻으면 하게 되겠네♬"


   영험한 전도사님이 기도해 보니, 여동생의 죄는 '교만'이라고도 했다. 엄마 말을 잘 듣지 않을 때마다, 나도 여동생을 그런 시각으로 대했다. 동생을 친절하게 대하지 않은 것은 두고두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4. 죄가 남을 향하면?


  어려서부터 내 자아상은 죄인(罪人)이었다. '이 쓸데없는 자'였다.

  

  이런 자기 인식은 인생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탈선을 지하고 나를 억누르는 역할만 했고, 꽉  짜인 속에서 옴짝달삭 못하는 답답한 종교인으로 만들었다.


  자기애와 발랄한 에너지를 발로 밟는 경우가 더 많았다. 죄인이라면 철저한 자기혐오가 있어야 하니까. 회개 참회 기도하면 죄성이 없어지나?


  교만·세상사랑·돈을 사랑·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음·자위행위·동성애·신의 정욕·안목의 정욕·잘난체 ·미움·증오·자존심 ·자기생각 ·욕심·시기·분노·화냄·눈 흘김· 싸움·혈기·거역· 불순종· 짜증·주일성수 못함·욕설 등 무한대로 부정적 감점 포함  행동 생각 거의 모든 것들.


  과연 죄 아닌 것들이 있을까?

  예배·찬양·기도·무한대 용서·하나 사랑·이웃 사랑·회개·선행 등?  이게 항상 가능한가?


  죄인에게선 죄만 결실하는 거니까.


  죄와 정욕, 교만에 빠져 사는 더러운 존재라는 생각은 나를 스트레스 상황으로 몰고 갔다. 동생들과 하루도 싸우지 않는 날이 없었던 나를 보면서, 죄인임을 확인  또 확인하였다.


  이런 인식은 예수님이 말한 '수고하고 무거운 짐'이었다. 예수님에게 가서,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나 스스로 무거운 짐을 더 지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내 얘기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사람이 죄인'이라는 인식이었다. 특히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은 죄를 용서받지도 못한 마귀에 속한 특수 인종이었다. 그들은 죽어서 지옥 가는 종족이었으니, 더욱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전도의 대상일 뿐이었다.


  나는 자기혐오, 인간 혐오라는 중병을 앓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이 쓸데없는 자'가  마귀의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으니 행복했을까. 그래서 나는 저항하기 시작했다. 살기 위해서.


  내가 가진 믿음에 대해 관찰하고 근원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40대 이후의 삶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한 시간들로 채워진다. 내 안의 종교와의 싸움이다.


  꼭 죄를 도입해야 하느님을 만날까?


  그래서 나는 발악을 했다.


  내 브런치 글

  '하나님, 최고의 스승을 보내 주세요' 그런 몸부림이다.



"모든 사람이 죄를 범하였으매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더니"

 < 개역개정 로마서 3:23 >


<  참고 자료 >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죄의 개념은 아래  일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1. 성경에서 말하는 죄의 개념, 다음블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