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설교의 감동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2/3

밤엔 달이 있어야 빛의 존재를 안다

by 자표심

-뭐가 문제지? 마법의 가루가 필요해.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빌리그래함은 아니었지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설교를 시작했다.


스피치이고, 연설이고, 웅변인 설교를 시작했다. 교탁 위 연두색 스프링 노트는 보지 않았다. 목소리는 알게 모르게 떨렸다. 그리곤, 의심이 들었다.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을지.


그렇다. 나는 이제 쏜 화살이 되었다. 활시위를 떠났고, 화살촉은 빙글빙글 돌면서 이제 막 날기 시작했다. 날아가는 긴 화살대가 출렁이듯이 목소리는 출렁이지만. 화살은 목표를 향해 출발했다. 이제 걷잡을 수 없다. 어딘가엔 부딪힐 것이다~


4학년. 선교단체 활동 중 설교를 맡은 간사님이 직장 관계로 가끔 모임 종반에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 내가 그 시간을 메꿔야 했다. 캠퍼스 대표를 맡고 있어서, 내가 설교자 대타로 나설 수밖에.


이런 일을 자주 겪었기 때문에, 전철로 학교를 오가는 동안, 아침 말씀을 생각하며 묵상하다 받은 감동을 수첩에 적었다. 1주일 동안 서너 가지 내용이 수첩에 채워지면 약간 안심이 되었다.


뭔가 할 말이 있다는 생각에 휴~ 깊은숨을 쉬었다.



-설교가 왜 재미가 없지?


간사님이 늦을 것 같으면, 내가 설교를 했다. 적어 놓은 수첩을 활용해 말을 했다. 그런데, 밋밋했다. 맛이 안 났다. 맹숭한 음식이었다. 재료에 간도 베지 않았다. 냄비에 물을 넣고, 당근·무·양파·마늘·콩나물·쑥갓·홍고추·된장·간장·소금·대구를 한꺼번에 넣고 잘 섞은 후 떠먹는 것 같았다.


그게 빠졌는지. 마법의 가루.


설교는 어려웠다. 일단 내가 재미가 없었다. 1주일 동안 수첩에 묵상글을 적었을 때는 분명 맛있는 음식이었는데, 맛이 안 났다. 레시피는 맞는 것 같은데, 뭐가 문제지?


바보. 끓여야 하잖아.


온도가 중요했다. 모든 재료가 끓어서 익어야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침투해야 한다. 섞이고 어우러지고 새로운 맛으로 변신하도록 충분히 끓여야 한다.


나는 끓이기로 결심했다.


-어떤 재료로 음식을 만들까


끓일 재료는 무엇인가?

'사랑'이다.


LOVE · Mercy · Charity · Agape( αγάπη , 신의 사랑 )


대학교 3학년으로 접어들면서, 아침 6시에 일어나 Q.T(Quiet Time, 경건의 시간) 시간에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의 사랑을 감정적으로 느껴보려 묵상을 했었다. 생전 5만 번 이상의 기도 응답을 받았다는 고아의 아버지 조지 뮬러처럼 되려고 성경 말씀을 탐독했다.


마침내 로마서 5장 8절에서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을 읽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로마서 5:8 ( 개역개정 성경 )


이전까지는 나 빼고 다른 인간들만 사랑하는 하나님으로 보였었지만, 그때부터 하나님이 나도 그렇게 사랑한다고 우기기 시작했다.


바로 이 사랑을 그날 설교 재료로 삼았다. 이 재료로는 내가 음식을 만들 수 있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 내가 자신 있는 요리를 선보여야 한다. 그래야 나도 맛있고, 남들에게 맛있으니 먹어보라고 권할 수 있다.


이런 확신이 있었기에 그날 내 설교는 확신에 차 있었다.


-끓여야 해


같은 음악이나 노래지만, 연주자나 가수에 따라 차이가 난다. 음색과 스피드가 다르고 분위기가 서로 다르다. 설교나 연설도 그렇다.


설교는 대중을 설득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감동 없이 설득은 어렵다.


설교나 스피치 연설의 목표는 대중에게 감동을 전달해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말을 통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논리가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음식을 끓이듯 열을 가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뜨겁게 달굴 것인가.


감정이나 감동은 전달될 수 있지만, 아무렇게나 되지는 않는다. 감동이 지배할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먼저 청중은 설교자나 강사에 대한 의심이 없어야 한다. 의심 없이 믿고, 입술의 언어로 은혜와 감동을 경험하기로 결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청중은 설교·연설·동기부여 시간을 행복하게 누릴 수 있다. 스스로를 환하게 축복할 수 있다.


마음을 열고,

입꼬리를 올리고,

팔짱을 풀고,

노려보던 눈을 염원의 눈으로 바꾸면

행복이 깃든다.


공연장에서 가수와 객석이 함께 어우러지듯. 떼창 할 결심을 하고 놀려는 마음이 있을 때 즐길 수 있듯. 청중은 반응할 준비가 돼야 하고, 강사는 끓여야 한다.



-밑불을 유지해야 한다


이때 음악은 최고의 역할을 한다. 기존 멤버들은 감동을 기대하며 왔기 때문에 옥토가 되기 쉽지만, 처음 온 사람은 생소하다. 그러니 마음 문을 여는데 음악이 역할을 한다.


일단 음악으로 꽁꽁 언 마음을 녹여야 한다. 그들이 스스로 담을 무너뜨리도록. 의심의 총과 칼을 버리고 어린아이처럼 놀도록. 도와와 한다.


내가 설교하던 그날. 수요모임을 위해 한 강의실을 예약했다. 의자 책상 일체형 1인용 강의실 책상을 반원형으로 만들고, 20명 정도가 모여 찬양을 했다. 기타 2대 중 한 대는 내가 가끔 연주를 했다. 우리는 간단한 율동과 화음 섞인 노래를 했다.


온도를 높여 끓이기 위해, 나는 계속 묵상했다.


수첩에 적었던 내용으로,

며칠 지난 후 설교하면

나 스스로 받는 감동이 덜했지.

시간이 흐르면 감동이 사그라든단 말이야.


설교 직전까지 감동을 유지하기 위해, 말씀을 묵상하고 또 묵상했다. '신의 사랑'에 대한 감동을 계속 떠올렸다. 밑불을 유지해야 한다. 마음 불씨가 꺼지면 안 된다.


묵상으로 감동이 깊어지니, 호흡이 달라지고 약간 흥분이 됐다.


'감동 전달' 사명을 어떻게 완수할 수 있을까.



-천천히 출발했다


"하나님은 사랑이십니다."

나는 첫 말을 내뱉었다. 화살은 날았다.


"우주에 빛이 있지만, 우주는 어둡지요. 지구도 밤엔 어둡고요." 청중은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지만 밤에 달이 햇빛을 반사하면 빛이 살아있다는 것을 압니다." 녹색 칠판에 하얀 분필로 태양과 지구와 달을 그렸다.


내 설교의 처음은 브레이크를 풀고 스르르 미끄러지는 열차와 같았다.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가슴으로 믿지 못한다. 그 시간, 이성의 길을 열기 위해 논리적으로 말하려 힘을 썼다.


사람들은 '신의 사랑'처럼 듣고 싶은 말을 들으려 한다. 나도 사람들도 사랑에 목말라 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고 경험하기는 어렵다. 그 사랑을 내가 지금 말하는 중이다.


그 사랑이 무엇인가?



-차분히 출발한다


전철은 문을 서둘러 닫고 불친절하게 쭉쭉 밀고 가지만, 내 설교는 그렇지 않았다. 많은 객차를 달고, 시골로 떠나는 기차 같았다. 조심스레 움직이는 디젤열차 바퀴처럼 살며시 굴러갔다. 청중이 안심하고, 자신이 보호받는 중요한 영혼임을 느끼도록 했다.


요철 앞에서, 속도를 완전히 줄여, 뒷바퀴가 최대한 천천히 굴러 내려오면 승차자는 편안하고 묘한 감동을 온몸으로 느낀다. 운전자의 배려와 조심스럽게 대하는 정중함도 느낀다.


내 설교의 출발은 그랬다. 차분히 인과관계(因果關係)의 논리 벽돌을 쌓아갔다. 청중과 함께 성경 근거 구절( 로마서 5장 8절 ) 활자를 눈으로 확인했다. 그들은 안심하고 성경 활자의 권위에 믿음을 실었다.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사랑을 떠올리며 하나님의 사랑을 말하고, 때론 과학적 사실도 비유도 덧붙여 말했다.



-물은 끓기 직전이었다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을 반사하기 위한 존재로 만들어진 거예요. 예수님은 사랑을 받는 인간의 몸으로 오셨어요."


노트는 보지 않고 점차 속도를 내었다. 말에 발동이 걸리면, 말이 말을 불렀다. 순간순간 말들이 조합이 되면 살아 움직였다. 그 말에 나 스스로가 감전이 되었다.


내가 먼저 감동의 틈바구니로 빠져들었고, 말소리에는 확신과 에너지가 실렸다. 점차 빌리그래함처럼 불을 때며 몰아치니 단 아래 청중의 마음에서도 조금씩 보골~보골~ 기포가 올라왔다.


"성경은 로마서 5장 8절에서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The Bible says~ 성경이 이렇게 말씀했다는 말은 빌리그래함이 표현한 말이었다. 이 말은 성경 로마서 10장 11절에서 바울이 한 말이기도 했다.


the Scripture says.


나는 오른손을 들어

내리치며 말했다.

내 얼굴에는 진심이 담겨있었고,

알려주고 싶은 애절함이 서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