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으로 생각만 했다. 하루하루 뜨고 지는 해를 바라보고, 비릿한 바다 냄새를 맡았다. 매일 태양은 떠오르고 깊게 가라앉아 식었다. 추위가 몰려왔다. 어두운 바다는 무서웠지만, 달이 떠 있으면 안심이 되었다. 밤엔 바닷소리가 더 잘 들렸다.
추운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지나면 훈풍에 졸렸다. 괭이갈매기가 인사를 해 오던 날, 갯바위는 반가웠지만 무심한 표정만 지었다. [1] 멸종 위기에 처한 노랑부리백로와 제비물떼새 같은 희귀한 새들을 보는 날도 있었다. 이런 날은 재수가 좋을 것 같았다.[2]
어느 날 따개비가 갯바위 아래쪽에 이사 왔다. 기름방울로 물기를 제거하고, 접착제를 발라 바위 표면에 단단히 붙었다. 인단백질(phosphoprotein)로 만든 접착제를 사용하는 녀석이었다. 따개비는 출생의 비밀을 갯바위에게 말해줬다. 자기는 조개 같은 연체동물이 아니라고 했다. 따개비가 새우와 게의 친척인 절지동물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갯바위는 움찔했다. [3]
갯바위는 할 말이 생겼다. 들은 얘기를 파도에게 해줬다. 파도도 귀를 기울였다.
"따개비가 육식을 하더라고."
"그래? 뭘 먹어?" "동물성 플랑크톤을 꿀꺽꿀꺽"
"육식성이 맞는 거야?"
"어느 날 이상한 소리가 났어. 배시시하고 눈을 떴어." "뭘 봤어?" "아 글쎄. 뭐가 길게 나와서 막. 다른 녀석을 간지럽히고 막~" "음경으로 짝짓기 중이었구나. 녀석들은 자웅동체 아니었나?" "아무튼, 재미있었어."[3]
갯바위와 파도는 언제나 몸을 붙이고 있었다. 파도는 찰싹찰싹 간지럼을 태웠다. 장난을 쳤다. 갯바위는 파도의 손길이 좋았다. 부드러운 손길로 해석했다. 호르몬이 돌았고, 날카로웠던 마음과 피부가 조금씩 평탄해졌다. 매끄러운 피부에 물이 묻으면 햇빛과 달빛에 반짝였다. 물로 세수하고 샤워만 해도 보기 좋았다. 보습이 되었기 때문일까.
파도는 잔잔히 말을 걸어오기도 했지만, 거칠 때도 있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번쩍이는 날이면 큰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갯바위는 이해했고 받아줬다. 추위와 더위는 주기적으로 찾아왔고 지나갔다. 갯바위는 많은 소리를 들었다. 갯바위는 마음이 커졌고 점점 동그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