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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칭찬은 듣고 싶다

by 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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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프로그램 <식스센스 2>에서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배우 오나라는 본인이 가장 듣고 싶었던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쏟는다. *사진 : tvN D ENT 유튜브 채널 중



헤어샵을 가면 나는 말이 없는 편이어서 미용사와 수다도 떨지 않고 실습용 두상마냥 가만히 있는 편인데, 그래도 가끔은 사는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다.


작가라는 게 아무래도 생각을 담는 직업이다 보니 사람들이 종종 생각과 생각을 잇는 사람, 혹은 이야기 수집꾼 정도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미용사들도 내가 작가라는 걸 알고 나면 본인의 인생 역경, 현재 샵에서 일하며 겪는 어려움, 미래에 대한 비전 같이 평소에는 말하기 쉽지 않은 주제도 왕왕 꺼내 놓는다. 어떨 때는 '이런 이야기까지 들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속사정을 들을 때도 있는데, 나는 그 이면에 어떤 '허기' 같은 것을 느끼곤 했다.


내가 살아온 결과에 대해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기분. 대단하지는 않을지언정 부끄럽지 않게 살았고 때로 어려움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지켜낸 '나'의 지금을 스스로 믿어도 되는 것인지 확인받고 싶은 마음. 그런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확실히 느낄 수가 있는 게 어른들이 '칭찬'에 굶주려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성인이 되어 칭찬을 들은 게 대학 시절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나와서 뭔가를 잘하면 어떤 대가가 주어지거나 평판이 좋아지는 것처럼 간접적인 격려는 이어져도 콕 집어서 '너는 참 무엇을 잘했구나'라고 이야기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건 세상이 각박하다거나 사람들이 칭찬에 인색해서 그렇다기보단,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기 영역에서 경험치가 쌓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지지하는 가치도 제각각 달라지기에 어떤 점을 칼로 무 자르듯 평가하기가 힘든 탓이 크다. 더구나 어느 순간부터는 소위 '머리가 굵어서' 내게 '뭘 못했니 뭘 잘했니' 평가할 자격을 갖춘 사람도 점점 사라져 간다. 학생 때야 내가 선생님보다 아는 게 없지만, 커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선생님보다 아는 게 많아지면 더이상 나를 가르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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