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p.3에 등장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정훈. *사진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ep.3 중
우리 집 앞에는 발달장애인 시설이 있다. 자폐 스팩트럼 장애, 지적장애, 다운증후군을 앓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갖고있는 사람들이 이곳에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온다.
최근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어서 평소보다 이 시설을 더 눈여겨보게 됐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그곳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오직 하나다. 드라마 속에서 보던 예쁘고 똑똑한 우영우가 아닌, 난데없이 고함을 지르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이 사람들을 곁에서 꾸준히 도울 수 있겠느냐고.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다.
골방에 틀어박혀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는 나 같은 인간에게 누군가를 적극적으로 돕는 일이 적성에 안 맞기도 하지만, 소위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그 감정도 느끼고 싶지 않다. 단지 드라마 속에서 자폐인 변호사를 돕는 이들의 멋진 모습만을 보고 그것이 나의 모습인 양, 실제로 실행할 깜냥도 안되면서 이타적인 인간임을 억지로 포장하는 것도 싫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나보다 더 전문적이고 유능한 전문가들에게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잠자코 지켜보면서 외지인이나 동네 주민들이 이들을 배척하지 않게 정치적인 지지를 보내주는 정도다.
정의롭고 남을 잘 돕는 사람들은 언제나 멋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때로, 그 '멋있는 모습'에만 집중해서 그 이면에 어떤 고통과 수난이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귀여워서 입양했다가 병이 생기거나 대소변을 치워주는 일이 귀찮아지면 유기해버리는 반려동물처럼, 꼭 정의로움이 아니더라도 나를 멋지게 꾸며줄 수 있는 가치들을 쉽게 둘러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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