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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Jul 17. 2023

동그랑땡, 땡땡이치고 싶은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 저녁은 동그랑땡이다. 동그랑땡을 맛있게 먹으려면 에어프라이어보다는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굽는 것이 훨씬 좋다. 에어프라이어는 육즙을 동그랑땡 안에 가두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가스레인지를 통해 불 조절을 요령껏 해나가다 보면, 동그랑땡은 어느새 먹음직스럽게 익어있다.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요리를 하다 보면 기름이 손이나 팔에 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배가 많이 고프면 탁탁 튀는 기름의 뜨거움을 애써 참으면서 조리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은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았나 보다. 오른쪽 손등에 한 두어 방울 튄 기름에 "앗 뜨거워!"하고 응수했다. 오이를 씻고 있던 아내는 유난이라며 눈을 흘겼지만, 소리라도 질러야지, 내 오른쪽 손등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동그랑땡을 노릇하게 구워 식탁 위에 놓고, 케첩을 종지에 담아뒀다. 동그랑땡은 케첩에 찍어 먹지 않으면 그 맛이 상당히 반감된다. 단무지 빠진 김밥이나, 새콤함이 없는 비빔면처럼, 케첩은 동그랑땡과 때래야 땔 수 없는 친구이자 동반자다. 그리고 동그랑땡 옆에는 방금 씻어 물기를 머금은 하얀 오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동그랑땡만으로는, 평온한 어느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 저녁 식사의 균형 잡힌 식단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면, 아내는 나보고 영양사처럼 구는 것이냐고 되묻지만, 어디까지나 맛있는 저녁 식사를 위한 몸부림에 불과하다. 하루종일 '사무실'이라는 적막한 장소에서 기력을 빼앗기는데, 좀 더 인간다운 감성을 충전하는 스위트홈에서 혓바닥이 행복해하고, 뱃가죽이 빵빵해지는 경험이라도 하지 못하면, 너무나 아쉬운 하루가 되지 않을까. 일단 오늘은, 동그랑땡이 그 역할을 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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