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청첩장을 왜 같이 돌려?”

-시작의 사내부부

by 피터팬의 숲

2014년 5월의 어느 금요일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오후의 회사였지만, 지금은 아내가 된 그녀와 나는 한껏 분주했다. 결혼식을 2주쯤 남기고, 이제는 회사 동기들과 선후배들에게 청첩장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준비한 청첩장에는 봄날에 어울리는 컬러를 입혔다. 사내커플이라 보는 ‘이목’도 있는 만큼 조금은 특별한 청첩장을 만들었다.

부서마다 인원수에 맞게 청첩장을 나눴다. 100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아 미리 물도 많이 마셔뒀다. 입 안이 바짝 말랐다.

1층 사무실부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들이 반갑게 웃어줬다. 2년을 철통 보안 속에 비밀 연애를 했지만, 한 달 전부터는 조금씩 우리의 이야기가 퍼진 걸 알고 있다. 우리가 속한 각 부서장에게는 결혼 소식을 먼저 전했고 그 소식이 퍼진 것 같았다.

“나는 한참 전에 너희가 한강에서 손잡고 가는 거 봤어! 그때부터 입이 근질거려서 얼마나 혼났던지!”

“배려해주셔서 감사해요. 선배”

“얘 힘들 텐데. 결혼 생활 쉬운 거 아냐”

“과장님도 잘하시잖아요. 저 보통사람 아닙니다.”

덕담과 핀잔, 언제부터 만났냐는 질문공세와 함께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냐는 질문도 많았다.

“제가 유럽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유럽으로 가기로 했어요.”

“유럽 어디?”

“프라하요. 서유럽도 북유럽도 멋질 거 같은데 동유럽만의 매력에 확 끌렸어요. 자유여행이라 기대되네요.”

“부럽다. 결혼하는 건 안 부러운데, 신혼여행은 진심 부러워. 기념품 사 올 거지?”

재밌는 일은 6층에 있는 사무실에 청첩장을 돌릴 때 일어났다. ‘둘이 어떻게 같은 날 결혼하게 되었느냐’는 어떤 선배 때문이다. 우리 둘이 결혼하는 게 아니라 같은 날 결혼하는 서로 다른 부부인 줄 안 것이다. 한참을 우리 둘 얼굴을 번갈아보며 바라보던 그 선배는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며 “그런 거야?!”를 크게 외치며, 본인은 정말 몰랐다는 말을 계속했다. 그 말을 듣는 우리도, 그 말을 하는 선배도 크게 웃었다. 어느 회사나 사내 소식에 어두운 직원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식이 느린 직원들을 좋아한다. 적어도 그들은 꾀가 많지 않고 정직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말 조용히 연애를 했다. 우리는 회사 내에서 말도 별로 없고 눈에 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며 누군가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리는 일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누군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너희 사귀는 거 아니냐?”는 기습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항상 “NO”를 외쳤다. 단호한 자세에 직원들의 의심은 피할 수 있었다. 특히,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가 비밀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던 건 ‘얌전한 고양이들’에 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첩장을 다 돌린 후, 마지막으로 소속 부서장에게 인사를 했다.

“착한 사람들끼리 결혼하면 손해도 많이 볼 거야. 잘 살아!”

“네. 잘 살겠습니다. 결혼식 꼭 오세요.”

우리의 생애 첫 청첩장은 이렇게 무사히 우리 손을 떠났다. 사내부부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