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혼자 출근했네?”
사내부부에게 휴가란.
사내부부의 초창기 시절, 가장 편해진 건 무엇보다 눈치 보지 않고 ‘함께’ 휴가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었다. 사내 연애를 남몰래 이어가는 커플은 쉽게 휴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비밀 연애를 이어가는 사내 커플의 휴가일정은 해독하기 어려운 암호문과 같다. 의심은 가지만 휴가 계획을 보면 겹치는 날이 얼마 없다. 반차(0.5일) 휴가가 가능한 우리 회사의 시스템은 의심을 의심으로 끝내기에 아주 좋은 장치다. 주말을 끼고 반차 휴가를 더 내거나 ‘금토일’ 또는 ‘토일월’ 같은 방식으로 데이트를 하고 여행을 다녔다. 휴가를 함께 보내고 나면 괜스레 근태를 담당하는 인사팀 팀원의 눈치를 슬그머니 봤던 기억이 있다.
공식 부부가 되고 난 이후, 이제는 연간 휴가 계획을 당당히 함께 맞춘다. 전국 방방곡곡 지역축제와 맛집, 명소를 대놓고 찾아다니기 위해 첫 애마였던 경차를 중고로 팔고 소형 SUV를 구매했다. 경차를 타면서 양보하고 서행 운전하는 습관이 들었는데, 이 습관 덕인지 조금 큰 차로 바꾸고 나니 운전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그래서 차를 운전하는 일이 즐거웠다. 차를 타고 휴가를 하루나 이틀 붙인 주말여행은 여름휴가 부럽지 않은 우리 부부의 힐링 타임이었다.
연애 시절, 여행 다니며 찍은 사진을 직장 동료들에게 보여주거나 여행담을 말하는 일은 금기이며 상상할 수도 없었지만, 이제는 인생 사진을 SNS에 올리고 숨겨진 맛집을 직장 동료들에게 거리낌 없이 추천한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사내부부의 휴가일정에 의외로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오늘은 혼자 출근했네? 와이프는 혼자두고...이상한데! 싸웠구나?”
“선배님, 형수님은 휴가 못 냈던데 왜 혼자 휴가 가시는 거예요? 무슨 일 있나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부부가 휴가를 각각 내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더구나 연차휴가를 돈으로 보상해주지 않으려는 회사라면 무조건 개인의 연차휴가를 해당 연도에 모두 소진해야 한다. 우리 회사도 그런 회사다. 그래서 소속된 팀 안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은 경우나, 집에 처리할 일이 있을 때 대표로 휴가를 내는 경우가 있었다.
“부부가 휴가를 왜 따로 쓰는 거야? 요즘 내외해?”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부장이 말했다.
“어제는 은행에 대출 문제로 상담하고 처리할 일이 있었어요.”
“아 그렇구나. 수고해!”
다음 날 퇴근길에 1층 로비에서 다시 만난 그 부장은 다른 직원들도 있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얘들 휴가 ‘요즘’ 같이 안 쓰더라고. 사이가 안 좋더라도 티 내면 안 된다. 허허허.”
어제 하루 휴가를 같이 낸 게 아닌데, 굳이 ‘요즘’이라고 강조할 이유는 뭔가. 사내부부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이렇게 의도된(?) 공격들이 훅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다.
“우리가 부러운가 봐. 그러니까 그렇게 말하지.”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응.” 무심한 듯 단답형으로 말하는 아내, 포커페이스의 일인자다. 사실 우리 비밀 연애의 성공은 절반 이상이 아내 때문이다. 또 그녀는 유리 같은 정신력의 내가 의연히 회사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도 같은 회사 다니니까 같이 휴가 낼 기회가 더 많아서 좋은 것 같아.”
“맞아. 퇴근길에 외식하고 집에 들어가기도 좋고.”
서로 다른 회사에 근무하는 부부라면 ‘접선’ 장소를 따로 잡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집까지 가는 동선이 같아서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다음 주 월요일에 함께 낸 휴가 날, 집 근처 커피숍에서 기상 예보의 흐린 날씨를 안타까워하며 가까운 맛집이라도 찾아가자고 계획하는 우리. 스마트폰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우리의 모습이 저 테이블 너머 넥타이를 맨 한 직장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갑자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