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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팬의 숲 Feb 01. 2022

30대, 상상도 못 해 본 다주택자의 길(상)

설 연휴를 하루 앞둔 2022년 1월의 끝자락, 저는 다주택자가 되었습니다.


요즘과 같이 다주택자가 230만 명을 넘어가는 시기에 2주택자가 된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감한 선택으로 생애 최초 투자용 주택을 구매한 것은 제 인생에 새로운 시작을 의미합니다.

     

2014년 결혼을 한 이후 2년 동안 알뜰하게 모은 돈을 2년 동안 폭등한 전세 시세에 맞춰 전세임대인에게 송금해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아파트에 살아야 하는 현실이 너무도 비참해 부동산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입지가 좋다는 이유로, 지하철역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강남에 가까운 지역이라는 이유로 부동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투기꾼이며 잘못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라고 치부했습니다. 하지만 애써 현실을 외면한 것도 잠시였습니다. 주말이면 집 근처 대형서점에 가서 부동산과 재테크와 관련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커피 두 잔 시켜놓고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아파트 청약에 관해서도 공부했습니다. 가점이 낮으면 입지가 좋은 곳의 신축 아파트를 분양받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려울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선택하다    


그래서 2017년 당시 미분양이 났던 아파트를 무순위 청약으로 지원했습니다. 택지개발지구였지만 그린벨트 해제지역이라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지하철역도 가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확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서 이 지역 정보를 알아봤더니 ‘장화 신고 들어가 구두 신고 나온다’는 택지개발지구의 장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미분양에 대한 추가모집이라 경쟁자는 거의 없었고, 로열동 로열층을 선택해 분양받을 수 있었습니다. 33살의 나이에 실거주 주택이 생겼다는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자랑이며 행복이었습니다. 이 주택에 평생 살아도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고 하루하루 발전해 나가는 동네의 모습에 즐거운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집에 있는 시간이 행복해서 그런지 회사에서도 더 안정감 있게 일할 수 있어서 성과도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파트 카페의 글들을 읽어보니 ‘2년 비과세’, ‘1세대 1주택’, ‘양도세’라는 단어가 많이 보였습니다. 이 집을 분양받은 이후 부동산에 관해 거의 공부를 해 오지 않아서 그런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집을 팔고 시세차익을 얻은 이후에 더 좋은 입지의 주택으로 이동한다는 뜻으로 보였습니다.    

  

저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팔고 서울에 있는 오래된 연식의 아파트로 이동해야 할까? 아니면 경기도권 상위 입지의 신축 아파트로 갈아탈까?”    

 

아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부동산 유튜브 채널을 보며 공부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었습니다.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 상위 입지의 아파트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더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대표 신도시, 청사진을 얻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며 부동산 공부에 열을 올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2021년 8월 31일 3기 신도시 지역 발표가 있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너무나 익숙하게 봐왔던 지역의 항공사진과 아파트 사진이 언론 기사에 보였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거짓말처럼 지금 사는 아파트를 품고 3기 신도시가 발표된 것입니다. 제가 사는 택지지구를 품은 3기 신도시였습니다. 향후 부족했던 인프라가 확충될 것이고 혐오시설은 이전할 것이 확실시되었습니다. 게다가 정차가 불확실했던 GTX까지 3기 신도시 발표와 함께 확정되니,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습니다. 하루 만에 너무나 근사한 청사진이 그려진 것입니다.     

 

부동산의 힘을 제대로 느껴본 것이 바로 이 사건이었습니다. 마치 비전 있는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처럼 내가 사는 아파트와 지역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이 집은 최소 10년은 보유하기로 했습니다. 입지가 변하면 부동산의 가치가 변하는 만큼, 그만큼의 가치가 반영된 집과 동네의 모습을 보고 싶었고, 또 살아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30대, 상상도 못 해 본 다주택자의 길(하)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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