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화장실이 두 개가 됐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졌더니 벌어진 일
신혼집으로 제가 살았던 첫 집을 소개하겠습니다.
바야흐로 2014년, 저의 신혼집은 1기 신도시에 지어진 전용면적이 12평 정도의 전형적인 90년대 복도식 아파트였습니다. 1기 신도시가 다 그렇듯 서울에서 가깝고 광역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이 인근에 있었으며, 중심상권과 행정복지시설 등 인프라가 완성된 참 좋은 입지의 주거지였습니다.
신혼집이 있었던 1기 신도시의 모습
그러나 동네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곳이었지만 정작 집 내부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편리한(?) 동선의 전용면적 12평 아파트 평면도
현관에서 들어오면 바로 주방이 활짝 웃어줬습니다. 신발장에 신발을 넣고 바로 가스레인지를 켤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었죠.
그리고 오른쪽에 작은 방이 하나, 정면에 거실 겸 방이 또 하나, 그리고 주방 냉장고 자리 맞은편에 화장실이 있는 그런 집이었습니다. 베란다 창문이 ‘돔형’이라는 점 또한 이색적이었죠.
작은 방에는 퀸사이즈 침대 하나와 화장대 겸 수납장을 넣으니 숨이 턱 막히게 꽉 찼고, 거실 겸 방에는 옷장을 짜 맞춰 넣은 후 3인용 소파와 티브이, 그리고 컴퓨터를 넣어뒀습니다. 옷장 문을 열기 위해서는 소파를 앞뒤로 밀고 당겨야 했습니다.
특히 화장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90년대 준공된 이후 단 한 번도 수리되지 않은 화장실은 모자이크 타일과 닦아도 희뿌연 거울, 콘크리트 천장이 잘 어우러져 오래된 상가 1층 화장실을 연상케 했고 환풍기도 없어 불을 켜도 조용한 적막만이 흐르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입니다. 결혼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모님 도움 없이 치르다 보니 얻게 된 결과였죠.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마련한 공간이라는 자부심도 잠시, 스스로 초라하다 여겨서 그런지 가족과 친구를 초대하기도 싫었습니다. 전셋집이었지만 항상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가득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20세기 주택에 살아도 되는지 철학적인 고민까지 할 정도였습니다.
내가 가진 자본금으로 이 정도의 공간밖에 소유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화가 나고 슬펐습니다.
게다가 화장실이 ‘하나’라는 것은 아침에 출근 준비를 위해 저와 아내 중 한 명이 ‘다른 한 사람’을 위해 더 일찍 일어나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했기에 눈엣가시처럼 여겨졌습니다.
“도대체 왜 화장실이 하나여야 하냐!”라고 수없이 외쳤습니다.
결국, 지금은 화장실이 두 개인 집에 살고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에 관심을 두고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입니다.
화장실이 두개 입니다.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제가 어떻게 화장실 두 개를 얻게 되었는지 조금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의 글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30대, 상상도 못 해 본 다주택자의 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