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컵밥 거리가 한산하다
최근 ‘공시생 떠난 노량진.. 고시원·독서실은 텅텅, 컵밥 거리는 썰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공시생들이 노량진 고시촌을 떠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지난 2일 실시된 국가직 9급 공무원 시험 응시율은 77.1%, 경쟁률은 29.2대 1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 경쟁률은 1992년(19.3대 1) 이후 최저치라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의 상징인 ‘9급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젊은이들의 이탈은 근로소득 또는 노동소득의 평가절하가 주된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공무원 연금개혁과 ‘시급 대비 많은 업무량’ 등 과거 대비 공무원이 가진 장점이 많이 줄어들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1992년 이후 최저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공무원의 가치가 떨어진 걸까요? 공무원은 국가직이나 지방직으로 예나 지금이나 참 괜찮은 일자리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의 정년 보장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꾸준히 창출되는 좋은 ‘파이프라인’ 임이 분명합니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일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인기가 과거에 비해 시들한 이유를 저는 최근 급등한 ‘자산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2~3년간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근로소득의 상승률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팔랐기 때문입니다. 투자금이 많았다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시기여서 투자금이 부족하거나 없었던 이들은 투자금이 적을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을 때로는 원망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대기업처럼 많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여윳돈으로 더 좋은 부동산과 더 우량한 주식에 투자하는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공무원이 좋은 점도 꽤 많지만, 한편으로는 박봉의 상징처럼 여겨지면서 공무원으로 벌어들이는 소득으로는 상승하는 자산시장에 편승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이런 ‘공시족 이탈자’ 들이 했을 것 같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억 원을 넘어서면서 언제 근로소득만으로 서울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지 한탄하고 괴로워하는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에,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든 자산은 태초에 ‘종잣돈’으로부터 발생했습니다. ‘태초’라는 단어를 쓰면서까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종잣돈은 생각보다 노동소득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많이 번다고 많이 모으는 것은 아니며, 적게 번다고 꼭 종잣돈을 모으기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습관’인 것 같습니다. ‘짠돌이와 짠순이’의 치열한 절약 습관은 그 어떠한 재테크 기술보다 뛰어납니다. 월급의 90%를 저축해 부동산과 주식, 비트코인을 사는 사람들은 강력한 의지로 냉혹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동시에 근로소득의 가치를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 연 수익률 10%를 달성하기 어려우면 10%만큼의 비용을 줄이면 되는 것입니다.
공무원 경쟁률이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은 누군가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회를 얻어 근로소득을 창출하는 이들은 새롭게 자본시장으로 유입되어 자본가가 되고 경제적 자유를 향한 발걸음을, 한 걸음씩 내디딜 것입니다.
자본소득을 얻고 싶어 하는 많은 이들이 근로소득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뿜어져 나오는 현금흐름으로 ‘자산의 탑’을 하나씩 세우는 재미를 느끼게 되길 바랍니다.
물론, 이 말은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