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속성이 그런 것일까?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동화나 위인의 일화 속에도 자극적이고 때론 잔인한 요소들이 깃들어 있다. 그래서 대중의 흥미를 끌었고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메이(첫째의 별칭)는 말목을 잘랐다는데 불편함을 느낀 듯하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말 목을 자르다니. 지금 관점으로 보면 엄연한 범죄행위다.
장수의 결단과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일화를 현재 기준으로 해석해보면 어떨까?
공직에 있는 사람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였다. 심지어 고위공직자다. 공직자의 잔인한 행태는 곧 소문으로 퍼질 것이다. 죽이게 된 경위 또한 비난 가능성을 높인다. 평소 행동 패턴과 동선을 익힌 충실한 말이 주인을 배려했던 것인데, 자신의 바뀐 마음을 알지 못했다며 목을 쳤다. 퇴근 후 집보다 술집으로 향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자신의 잘못을 말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전형적인 갑질이자 책임전가다.
대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자신의 동선을 모르는 말로 바꾸거나, 말을 타지 않으면 될 것을 굳이 죽여버렸다. 법적 책임도 져야 한다.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공직자로서의 생명은 끝난다고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SNS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다. 고위공직자의 잔인한 행태는 얼마나 물고 뜯기 소재가 되겠는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 과거 잘못이나 비행에 대한 제보도 이어질 수 있다. 숨겨져 있던 비행이나, 말 못 했던 피해사례들이 쏟아진다면 국민적 공분을 사고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말목을 자른 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아니, 당시 기준으로도 폭력적이고 잔인한 행동이지 않았을까? 2021년 기준으로 변환한다면, 공직자가 자율주행 차량이 술집으로 안내했다고 차에 불을 질러 폐차시킨 정도려나. 비난 가능성이 작지 않다.
‘나쁜 사람 아니냐’는 아이 물음에 답하기가 쉽지 않다. 당시 시대상황과 도덕관념이 지금과 달라 그땐 그렇게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해주려다, 화가 난다는 이유로 동물을 죽이는 건 잘못된 행동인 것 같다고 얘기해줬다. 지금 아이에겐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는 '사고력'보다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분별력'을 키우는 게 우선일테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문제 소지가 있는 옛이야기는 꽤나 많다. 결전을 위해 집을 나서기 전 가족들을 모두 죽인 이야기나, 신령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바친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과거를 모두 현대의 잣대로 재단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순 없다. 다만, 현대 관점에 범죄로 규정되는 일화를 결단력이나 효심의 상징으로 소개하는 건 다시 생각해볼 문제이지 않을까.
언제 위인전을 마지막으로 읽었을까? 10살 전후 일 듯하다. 30년 가까이 지나 아이들 덕분에 다시 읽는 위인전에 여러 생각들이 겹친다. 다시 읽는 위인전에 쏠쏠한 재미를 느끼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