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이"

후반전

by 박점복


애교도,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꼬리도 없습니다. 요리조리 왔다 갔다 하며 사랑 듬뿍 담고서 무릎 위로, 품 안으로 폴짝 뛰어 안기지도 못합니다. 재롱이란 단어는 애초부터 제네들 사전에는 없었던 게 맞나 봅니다.


녀석의 무뚝뚝 함이 베란다 한쪽 구석마저 자기들 자리가 아니라며 어색하게 쭈뼛쭈뼛 거리고 있습니다. 화장법 한 번 배워보지 못한 불쌍한 녀석들, 주인의 처신만 바라면서 말이지요. 그런 나의 애완 친구 "뚝이"입니다.



"루싸"도"터커"같은 서양 티가 난다는 속칭 세련된 이름은 언감생심 원하지도, 아니 몸에 맞지 않는 옷인양하여 손사래를 치는 걸로 접수를 나름 한 거기도 했습니다.


도무지 말귀를 알아듣는 지조차 알 수 없고. "이리 와!" 해도 올 생각조차 안 하니 답답하지요. 칭얼칭얼 애교도 좀 떨었으면 해도 그러지 않겠노라 단호하네요. 대신 평안을, 안정감을 팍팍 품어 냅니다.


"사랑해!" 고백은 짝사랑으로만 그치는 줄 알고 한편 속상해하기도 했습니다만, 아니에요. 못 알아차릴 뿐이라는 걸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진 않았습니다.


'쓰담쓰담' 만남의 시간엔 그래도 얼마나 다소곳하던지요. 훨씬 힘 있는 녹색으로 더 굵고 뾰족한 바늘 잎으로 대응을 한다니까요. 아직 한 번도 꽃이란 선물은 받아 안진 못했어도 기다려봅니다. 이 녀석들이 함께 살면서 티 나지 않게 은근히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요.


애완동물이 선사하는 꼼지락 거림과는 색과 결이 다른 나의 애완식물들의 무뚝뚝한 듯 속 깊은 동거가 내 삶을 훨씬 기운찬 곳으로 인도합니다.


"괜찮아!, 얘들아!" 그리고 "미안해!".


너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줄 알고 너희들 앞에서 속내를 못 감춘 채, "어떻게 생겨도 저렇게 생겼을까?" 예쁘고 향기로운 화초로 할 걸 그랬나......." 갖은 평가로 점수를 매기며 생각 없이 널 대한 듯해 네 얼굴 마주치기가 썩 내키진 않는구나.


그렇다면 반대로 너희가 함께 살고 있는 날 보며 "어쩜! 그렇게 생기다 마신 것 같아요, 주인님? 내가 널 대하며 물론 들키지 않았다고 안심하며 품었던 속내처럼 대꾸하지 않음을, 아니 그럴 줄 모른다는 사실에 주인이랍시고 오만에 갇혀 인정조차 않았잖니. 우쭐거리기나 하고.



애완동물 같은 꼬물거림, 귀여움과 재롱은 없지만 너희가 선물하는 또 다른 즐거움에 진심 어린 감사로 맘껏 되돌려 주려 해. 오래오래 보듬으며 서로 사랑하자꾸나. "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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