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으로 날 콕?
프랑스 여행의 쉽잖은 기회, 순전히 일단 저지르고 보는 아내 덕 아니었다면..... 못 이기는 척 감사히 실행에 옮겼다. 쪼잔한 나(?), 감히 명함도 못 내밀고 깨갱했을 텐데.
한껏 들떠서는 피곤한 줄도 모른 채 첫날 여정 막 마무리할 즈음이었다. 뭔가 엉키려고 그랬을까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고 가이드의 한발 늦은 안내까지 아귀가 척척 맞아떨어졌다.
'한국 여행객만 노리는 금품 갈취범 이따금 등장합니다. 조심 또 조심하세요!'
그렇게 당할 뻔한 사건(?)의 발생 무대, 바로 호텔 복도였다. 때와 장소 못 가린 채 불쑥불쑥 삐져나오는 잘난 척, '영어 좀 할 줄 안다'는 것까지 한몫하면서.
인기 절정 구가 중인 우리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좀 대단한가? 세상이 온통 KOREA의 첫 글자 "K"를 따라 K-culture, K-food, K-pop, K-drama, 심지어 K-방산까지 종횡무진 열광하는 걸 보면.
이 틈 놓칠 세라 호사다마(好事多魔)라는 녀석도 공격 태세 갖추고 대상을 찾다가 등장해서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나 하나쯤 불친절하다고 애써 쌓은 우리네 명성(?) 어디 갈까? 외국만 나가면 더 특별해진다는 그놈의 애국심까지 발동해 대응했는데...... 이런 호의(?)가 먹잇감으로 뒤바뀔 줄이야.
객실 카드 키를 받아 들고 캐리어 옮긴다고 정신없이 분주한 틈을 노렸다. 중동 어느 나라에서 왔다나...... 프랑스를 거쳐 여행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당신네 나라, 대한한국으로 내일 떠날 예정이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면 좋을 듯해 한국인을 몹시 만나고 싶었는데 마침 날 만난 거란다. 이런 횡재가 어딨냐며 반색에 오버까지. 영어도 잘한다고 또 얼마나 띄우던지. 괜히 우쭐해서는.
그런데 실은 얘들이 날 '호구'로 찍은 거다. 다른 여행객들도 거기 한 둘이 아니었는데 하필 날 콕, 알량한 내 자존심에 사정없이 큰 생채기로 남았다.
"한국 돈(money)은 어떻게 생겼나요?"
순진한 건 지, 아니면 어리숙한 건지.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에 순간 뭔가에 홀렸을까. 물론 무작정 의심부터 하는 것도 썩 바람직한 건 아닐 테지만.
외국을 여행하며 한국 돈 쓸 일이, 그것도 고액권을? 아내 쪽을 향해 혹시 몰라, '오만(₩50,000) 원권 가진 것 있어요?" 이렇게 시간이 좀 지체되는 듯하자, 눈치 하나는 빠삭했는지 슬금슬금 자리를 떴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줄 알았나 보다.
그때 만약 지갑이, 고액 지폐라도 있었으면..... 고도의(?) 수법에 피해를 당할 수도 있었을 터, 아찔했다. 그런 접근에 넘어간 손님도 꽤 있었다는 가이드의 늦은 경고까지.
애국은커녕 괜히 낭패만 당하며 우리네 위상만 우습게 깎일 뻔했다. 내 어리숙함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