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으론 부족했던 월요일 저녁
“어이쿠, 딸이 있어? 아이가, 아기가 있네.” 스물여덟이라는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서른에 아빠가 된 나는 종종 어르신들로부터 정말 아빠가 맞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아빠가 되는 건 나의 꿈이었다. 대학생 시절부터 누군가가 나에게 꿈을 물을 때, “저는 누군가에게 아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다. 아빠 같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사랑으로 대하고 영향력을 나눌 때 살아 있다는 느낌과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다.
아빠라는 꿈을 꾸었고 실제로 크고 작은 리더를 경험하며 아빠의 역할에 나름 자신감이 있다고 믿었던 나였지만 서른이라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생물학적인 아빠가 되곤 참 많이 힘들었다. 통제 불가능한 아이의 아픔을 겪거나 처음 마주하는 어려움을 만날 때마다 어찌할지 몰라 힘들었다. 더욱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영향을 주고받을 때 에너지를 얻는 나였지만,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친구들과 동년배 사이에서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나를 더 지치게 했다. 그럼에도 나는 진짜 아빠가 되어 가고 있다고 믿으며, 더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오늘도 발버둥을 친다.
막 초보 아빠가 되었을 때 제목만 보고 홀리듯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집어 들었고, 책을 보고 영화까지 이어 볼 만큼 많은 부분을 공감하며 위로를 받았다. 나이를 먹는다고 다 어른이 아니듯이 아이를 낳고 기른다고 해서 다 아빠가 되는 건 아니라는 질문을 던져주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평균 근무 시간이 열둘, 열세 시간 정도로 많아졌다. 그럼에도 월요일만큼은 와이프와 하늘이를 위한 가족 배려 데이다. 와이프의 개인 시간을 지켜주기 위해 월요일에는 빠른 퇴근을 하고 하늘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 주말이 지나고 찾아온 월요일은 상대적으로 더 일이 많고 분주한 날인데, 빠른 퇴근을 위해 신경을 써야 하다 보니 더 정신이 없고 그 때문인지 더 빠르게 방전되기 일쑤였다.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을 때의 육아는 더 고되다.
점심도 대충 끼니를 때웠던 터라 정신없지만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저녁 밥상을 거의 다 차릴 즈음, 하늘이가 사촌 언니와 카톡을 하다가 심술이 잔뜩 나서는 울음을 터트렸다. 하늘이를 달래며 무슨 상황이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애썼다. 하늘이는 무작정 사촌 언니를 혼내달라고 했지만, 나는 아이가 조금 더 성숙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객관적인 입장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누구도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내 사촌 언니를 향했던 미움이 아빠를 향한다. “아빠는 날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 아빠는 아빠도 아니야.”
그토록 아빠가 꿈이었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었던 나는 딸아이의 말에 무너진다.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딸을 사랑하고, 그 마음은 늘 변함없이 같은데 왜 아빠의 진심은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이제 고작 8살 딸아이는 옳고 그름보다 아빠의 공감과 위로를 바랐던 것일까. 아빠로서 딸을 위한 표현과 가르침, 조금 더 이해심과 사랑이 많기를 바라는 욕심이 하늘이도 아빠인 나도 힘들게 했다.
나는 아빠가 되어 가는 중이다. 여전히 실수하고 한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고 켜켜이 더해질수록 하늘이에게 진짜 아빠가 되어간다고 믿어본다. 때로는 아빠에게 짜증 내기도 하고 울면서 심술을 부리기도 하지만 하늘이가 아빠를 소개하는 문구를 이렇게 적은 걸 보면 확실히 아빠의 진심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