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그리고 목화가 꾸는 꿈

by 문성훈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던 시기는 지났을텐데도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렇듯 즐겁게 하는지 모를 노릇이다. 시끌벅적하던 식전 분위기는 그렇다고해도 식을 진행하는 중간 중간 그들의 친구들과 선생님이 단상에 오를 때마다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간혹 그 이름을 연호하기도 한다.

이 중 많은 친구들은 다시 지겨운 고3시절을 반복해야 할테고, 대학을 들어간 친구들도 예전같은 캠퍼스의 낭만을 기대할 수는 없을 텐데도 지금 이 시간만큼은 무척이나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이른 시간이 아니니 일찌감치 학교에서 난방을 틀어놨을텐데 실내 운동장을 겸한 강당은 바깥 날씨에서 바람만 잠재운 정도다. 그러고보니 올려다 본 높은 천정은 채광까지 들이니 단열이 되는 구조가 아니다. 학부모는 아이들로 꽉 찬 1층이 내려다보이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다.


아내는 구분이 안될만큼 비슷한 헤어스타일 중에 제 아들 뒷통수를 찾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마침내 아들을 찾고서야 엉덩이를 좌석에 붙인다.

"후문이라서 그런가봐 정문에는 더 이쁜게 많았을텐데..."

아내는 다소 빈약해보이는 꽃다발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우리는 집과 가까운 학교 후문으로 들어왔다.

"이게 얼마야?"

"2만원... 너무 비싸지?"

"그렇네. 메뚜기도 한 철인거지 뭐. 그럼 정문에 가서 하나 더 사와"

"그래도 돼? 그럼 좋겠다"

화색이 돈다. 평소같으면 잠깐 쓰이는 꽃다발에 돈 쓰는걸 꺼려했을 남편인 내 입에서 다소 의외의 말이 나오자 아내는 짐짓 놀란다.

어제 저녁. 큰 아이 졸업식에는 할머니에 동생네 식구까지 총출동했었는데 작은 녀석 졸업식에는 아빠,엄마만 와서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혼잣말을 들었던 터라 먼저 권했던 따름이다.

아내는 뛰어갔다왔는지 금새 다녀왔다. 꽃다발은 한눈에도 훨씬 나아보였다. 짜잘한 안개꽃에 감싸인 목화송이가 크고 탐스럽다. 아이의 꿈이 목화처럼 망울을 터뜨리길 바란다. 그리고 세상에 목화와 같은 존재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쁘지? 이제 파장이라 그런지 싸게 줬어"

"얼만데?"

"만오천원... 2만원에 팔던건데 5천원 깍아줬어. 싸지?"

"응"

단돈 1만 5천원에 잠깐 주름잡혔던 아내의 행복이 다림질한듯 펴졌다.


교장선생님의 축사,재학생의 축하 연주에 이은 시상식을 끝으로 공식적인 행사는 끝났다. 아이는 반 친구들과 혹은 단짝 친구들과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가족사진은 엄마와 둘이서, 나와 부자간에 그리고 셋이서 찍었다. 제 누나는 대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큰아이는 미처 동생의 졸업식까지 감안하지 못하고 여행계획을 잡았다. 동생을 끔찍히 챙기니 돌아오는 길에 졸업선물로 무언가를 챙겨올 것이다.

"참 다행이야"

"뭐가?"

"사진 찍는 걸 보니 여자아이들은 남자친구들과 같이 잘 안찍고, 남자친구들끼리라도 다른 반 친구들과는 사진을 별로 안찍는데, 우리 ㅇㅇ 이는 여자 친구들이 같이 찍자고하고 다른 반 친구들과도 많이 찍잖아. 잘 지냈네 "

그러고보니 나 역시 그렇게 친구들과 아이들 사진을 몇 컷 찍어줬다. 아들은 엄마 성격을 많이 닮았다. 까칠하고 별난 내 성격을 닮지 않아 내심 반갑기도 하다.


"아빠 점심은 뭐 드실거예요?"

"짜장면! 졸업식에는 무조건 짜장면이지"

뜨악해하는 아들에게 아내는 열심히 '졸업식과 짜장면'의 유래와 연관성을 부연설명한다.

"옛날에는 외식이 흔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넉넉하지도 않아서...그래서 아빠가....어쩌고 저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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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장을 나섰다. 바깥 바람이 차다.

찬 바람이 아니었더라도 성인식이라도 치른 것처럼 또는 해방을 맞은 민족처럼 우쭐하고 들뜬 아이들의 심장박동은 찬찬히 잦아 들것이다. 그리고 곧 답답하다고 느꼈을 학교라는 울타리가 있어 바깥 찬 바람을 못느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게 부모 품을 차츰 벗어날 것이고, 언젠가는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 자리에서 제 아이들의 졸업식을 지켜 볼 것이다.

어쨌거나 오늘은 그들이 주인공인 축제의 날이다. 짜장면 만찬을 아낌없이 베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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