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게 오래 살려면...

by 문성훈



"처녀여서..."

내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정확한 워딩은 "No sex..." 였다. 한 예능프로에서 영국의 107세 할머니의 장수비결을 묻는 퀴즈의 정답이다. 주인공 매를린 다이 할머니는 결혼과 부부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피했던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했다는 제작진의 친절한 부연 설명이 뒤따랐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가끔 극히 일부의 사례를 들어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특히 가보지 않은 세계 가령 사후세계나 오지로의 여행등이 그렇다. '장수의 비결'또한 자신이 그 나이까지 살아보지 않았으니 이미 그 세월을 산 사람의 얘기에 귀기울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심리인것이다.

전날 저녁. 우연하게도 가까운 지인과 나눈 오랜 대화의 대부분이 결혼 생활, 부부로 묶여져 살아가는 삶에 대한 애환과 고민에 관한것이었다. 종교, 취미 자식교육에 이르기까지 피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두고 우리는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선,후배의 예까지 들어가며 딱히 결론에 이를 수 없는 토론을 이어갔었다. 말하자면 결혼과 부부관계에서 오는 많은 스트레스에 관한 것이다.그러니 장수의 비결이 결혼을 하지 않았고 모태솔로로 살아가는 것이 장수비결이라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공식적으로 세계 최장수인 사람은은 중국에 사는 127세의 아라미한할머니라고 한다. 56명의 손자손녀를 두셨는데 장수의 비결을 노래 특히, 사랑노래와 즐겨마시는 냉수라고 한다 . 사랑의 결실로 많은 자식을 두셨고 그 연세에도 사랑을 노래한다고 하지 않는가. 이 분외에도 많은 장수자들은 오랫동안 해로했거나 자식이 융성한 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수의 공적(公敵)으로 지목하는 음주와 흡연은 어떨까? 같은 영국의 107세 그레이스 존스 할머는 지난 60년간 매일 밤 마신 위스키 한잔이 장수의 비결이었다고 하고, 페루의 112세 할머니는 17세때부터 흡연을 시작해 하루에 30개비씩 피는 담배가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고 한다. 세계 최장수국가로 손꼽히는 일본에는 장수자들 중에 유달리 애연가가 많다. 하기 쉬운 말로 음주를 안했으면, 흡연을 안했으면 그 분들도 더 건강하게 오랫동안 살 수있었을것이라고 미뤄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초 오상순 선생(吳相淳, 1894. 8. 9 ~ 1963. 6. 3)은 불콰하게 오른 취기가 날아갈까봐 귀가길 버스 안의 창을 닫을만큼 애주가셨던데다 하루 9갑(180개비)의 담배를 태우는 헤비 스모커(heavy smoker)셨다. 당시 한국 남자의 평균 수명이 50대 초반인데 일흔해를 사셨으니 무척 장수하신 셈이다. 그런데 오상순선생님 역시 영국 매를린 할머니처럼 평생 독신으로 부부관계나 결혼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없으셨겠지만 모태 솔로로 No Sex셨는지는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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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뉴질랜드에는 이미 결혼을 했고 오랫동안 흡연을 했었으며 아직 음주를 하고 있는 나로 하여금 귀가 솔깃해지는 장수 비결을 가진 두 할머니가 있다, 107세 하킨스 할머니는 장수로 비결로 "늘 바쁘게 생활하고, 나이에 순응하며 사는 것" 이라고 했고, 그보다 더 연세가 많은 111세에도 불구하고 젊음을 유지하고 장수하는 한 할머니의비결이 양로원에서 함께 생활하는 남자들 덕분이라는 딸의 전언이 그것이다.

굳이 외국의 사례가 아니더라도 예로부터 공기 맑고 물좋은 고장으로 장수촌으로도 일컬어지는 전남 순창에는 조선왕조실록에도 실린 장수에 관한 얘기가 실려있다. 세월을 무게에 눌려 이미 늙어버린 중종(조선11대 왕)은 순창에 산다는 122세의 조(趙)씨 할머니의 소문을 듣고 예조의 김시원을 내려보내 그 "장수 비결'을 알아오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명석한 김시원이 밝혀 낸 장수의 비결은 세 가지였다. 순창의 맑은 물과 발효 식품, 소식(小食), 그리고 가족애를 바탕으로 한 효(孝)가 그것이다. 단순히 옛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2009년 장수 연구에 정통한 레오나드 푼(미국 노인의학연구소장) 박사라는 이가 순창군을 방문해 100세 이상의 노인들을 면담한 뒤 "이들 노인이 원만한 나들이를 하고 건강상태도 좋은 비결은 이 분들을 직접 모시고 사는 아들, 며느리와 따뜻한 가족애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 가족애나 효가 장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으니 말이다.


이로써 이미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았으니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면할 수 없는데다 젊은 날 누구보다 바쁜 일과와 흡연을 했었으며 지금도 음주는 마다하지 않는 나로서는 그 누구도 단정할 수 없는 여러 장수의 비결 중에서 취할 바가 정해진 셈이다.

오랫동안 이성인 아내와 해로해서 젊음을 유지하고(다행히 통계적으로 여성이 더 오래 산다), 머지않은 미래에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으로 내려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전통음식으로 소식 (小食)하며 자식들의 효도를 받는 것이다. 그러자면 지금부터라도 아내의 속을 썩히지 않아 그이가 장수하게 도와야 하고, 참된 자식교육에 집중해서 효행(孝行)을 가르쳐야 할텐데 귀향(歸鄕)과 소식(小食)을 빼놓고는 그리 쉽지만은 않는 일이다. 또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괜찮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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