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 1

by 문성훈

"너는 누구하고 제일 친하니?"

"다 친하죠. 같은 반을 했던 친구들은 다...."

"그래도 그 중에서 단짝인 친구가 있을 거 아냐"

"ㅇㅇ이하고 **이요"

마치 가족이 출연하는 어느 오락프로에 참가하려고,그래서 아들의 절친 이름정도는 알아두려고 의욕을 부리는 모양새다. 아들의 대답은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았다. 고1때부터 단짝이던 ㅇㅇ이는 여러모로 아들과 닮았다. 큰 키와 마른 체형, 적어도 겉모습만으로는 멀찌감치에서 둘을 구분하기란 어려웠다. 반이 나뉘어진 뒤에도 여전히 친하게 지냈던 모양이다.

"왜?"

"성격이 비슷해요. 그래서 같이 있으면 편해요"

"둘 다 말수가 적어서 별로 대화가 없던데 항상 같이 붙어다녀" 아내가 거든다.

'그래 아직도 그렇구나'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그만한 나이일 때도 그랬다. 반 배정을 받으면 키순으로 앉게되서 자연히 키 큰 아이들은 뒷자리에서 그네들끼리 친해질 기회가 많았고, 앞자리 고만고만한 아이들은 그렇게 또 무리를 이루기 마련이었다. 그와 무관하게 친한 경우도 대부분 같은 동네 친구인 경우가 많았다. 가까이 있어 접촉 빈도가 많을 수록 친해질 기회가 많으니 당연한 결과였고 그로써 동질성을 느꼈고 소속감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공부는 잘하는지, 아버지가 무엇을 하는지. 혹은 사는 아파트 평수와 굴리는 차종에 따라 나뉘지는 않았다. 다행히 시골로 불리는 지방 소시민의 삶이란 게 거기서 거기였기도 했으려니와 인정이 계산보다 앞서던 시절이었다. 아들은 이제 대학생이 된다.

아무래도 하는 일이 '가진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고객인 경우가 많다보니 심심찮게 그들의 내밀한 일상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 대표적인 강남 부촌인 '타워ㅇㅇㅇ'에서 의도치않게 세번이나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마지막 작업을 했을 때다. 그날 나는 1층 상가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창 밖으로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자동차들이 회차하는 로타리에 자전거를 탄 꼬마들이 보였다. 흔하지 않은 일이다. 학원을 순회하다 저녁 늦게야 귀가하는 그 곳의 일상을 이미 알고 있어서다. 내가 앉은 테이블 옆자리에는 한 눈에도 이곳 주민으로 보이는 세련된 옷차림의 젊은 엄마들이 한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 중 한 여자가 창밖을 보다 목소리 톤을 높였다.

"어머 쟤가 또 쟤네들 하고 노네. 그러지 말랬는데도..." 아마도 '쟤'는 그녀의 아이였고 '쟤네들'은 같이 어울리는 한 무리의 또 다른 아이들이 틀림없었다. 일행 중 한 여자가 물었다.

"아니 왜? 누군데?"

"쟤네들 D동 사는 애들이잖아 언니" D동은 같은 단지 내에서도 가장 작은 평수다. 그래도 내가 사는 아파트 여러 채 값이다. 언니라고 불리운 여자가 교양있게 그리고 타이르듯 말했다.

"아직 어려서 그렇지 뭐. 하긴 그 동 애들은 마무래도 좀 그렇더라.주의 단단히 시켜. 너무 야단 치진 말구..."

자리를 뜨고 싶었다. 다시 오지 않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나는 수도권 신도시에 산다. 큰 딸아이가 당시 살던 아파트와 먼 고등학교를 가게 되면서 이사를 하게됐다. 내 마음 한 구석에는 그냥 버스통학을 하거나 아내가 등하교를 시켜도 될텐데 이사까지 해야되나하는 불만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굳이 이사 가야돼?"

"OO 이도 곧 고등학교 들어가니까 거기가 아무래도 좋지"

"뭐 그리 다를라구"

"아냐 여기 학교는 좀 그래. 아파트 단지 옆 빌라 주민들은 아무래도 맞벌이가 많아서인지 애들 교육에 신경을 덜 쓰는 것 같아"

오래전 '타워***'에서의 그녀들의 대화가 떠올랐다.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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