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사랑받는 이유

by 문성훈

보여주고 싶은대로 봐주는 건 참 쉽습니다. 말하는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습니다.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걸 보고, 말하지 않는 것을 느끼기란 조금 어려울지 모릅니다. 가르쳐주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고 깨쳐서 마침내 온전한 제 것으로 하기란 무척 힘듭니다.

예능프로를 보면서 웃고 즐기는 건 쉽습니다. 때로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속에서 인생의 진리나 가르침을 깨닫는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전까지는 그저 호감만 가지고 있던 중견가수가 있습니다. 최근 활동을 재개하면서 예능프로에 출연이 잦습니다. 재기발랄한데다 인기곡도 많은 그이지만 요즈음에 새삼 다시 보게되고 팬이 된 것 같습니다. 30년차 가수 임창정입니다.

기억에 남는 몇 장면이 있습니다.

후배 가수가 묻습니다.
"왜 어느 장소에서나 노래를 부릅니까? 음향시설도 구비되지 않은 데서..."
"삑사리 좀 나면 어때... 팬이건 아니건 나를 알아주는 분들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는 건데.... 스타를 꿈꾸던 어렵던 시절을 생각해 봐. 그렇게 하겠다고 스타가 되게 해달라고 빌지 않았어?"
남에게 갖추고 꾸며진 모습을 보이는 건 쉽습니다. 성공했다면 으시댈만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 그대로를 내보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무대위 조명 아래에서 더 빛나는 직업을 가진 연예인인 다음에야...

오래된 팬들이 30주년을 기념한 금메달을 선물합니다. 예상 못했다가 이런 뜻깊은 선물을 받는다면 누구라도 감동할 겁니다. 그런데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이걸 보면서 '난 참 부자다'라고 생각하겠다. 이 안에 너희가 있으니까. 정말 고맙다"
그는 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빌딩을 가지고 있고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재산가지만 진짜 '부자'는 어떤 사람인지 아는 사람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지인처럼 막역하게 지내는 팬들이 많았습니다. 연예인이라면 팬 관리측면에서 그리고 서비스차원에서 호의나 관심을 베풀기 마련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불구가 된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를 통해 웃음을 되찾고는 팬레터를 보냈습니다. 며칠 후 그 청년에게 그가 전화를 하고 용기를 줍니다. 여기까지는 어디선가 자주 듣던 이야기입니다. 그런 에피소드가 드물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주목한 건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 인연을 이어가며 그 청년을 위해 장애우 콘서트를 열어 준 그의 지속적이고 진실된 애정이다.
많은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고, 한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 하지만 많은 사람을 오랫동안 속이기는 힘들다. 가식이라면 그리고 계산적이었다면 오래 지속할 수도 없었을 뿐더러 손해 볼 장사가 아니었을까.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그의 오랜 팬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올해 47살(73년생)입니다. 제 막내동생보다도 어립니다만 그에게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느날 집에 있는데 창밖에서 아이들의 큰 소리가 들려서 내다봤답니다. 자신의 두 아들이 한 아이를 괴롭히고 있더랍니다. 그가 두 아이를 앞장세워 그 집을 찾아갔답니다. 한 동네이니 그가 누구인지는 다 알고 있었겠죠. 그 아이 집 문이 열리고 그 아이 엄마와 아이가 나왔답니다.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답니다. 자기 아이가 당신 아이를 괴롭혀서 용서를 빌러왔다고....
뒤에 서있던 두 아들은 아빠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울음을 그칠 줄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로 아들들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일은 일절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위인전에서 가끔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상에 그것도 부와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이런 행동을 하기란 무척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한순간 눈감고 지나가면 말 일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아들들에게 사과하라고 하면 어른 노릇을 한 셈이 되는 게 보통 부모의 인식입니다.
교육학 교과서에는 어떻게 적혀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사님들은 부모 상담이나 강연에서 무어라 말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가 부모나 책에서 배운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성장과정이 그리 순탄했던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많이 배웠다고 해서 남에게 가르칠 정도의 지식을 지녔다고 해서 그대로 실천하는 경우가 그리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여러 매체에서 똑똑하고 잘난 양반들의 바른 가르침과 좋은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들중에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웃에게 잘하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제 주변도 챙기지 않고, 법을 지켜야 한다면서 자신은 무법자입니다. 진실만을 숭상한다면서 거짓으로 탑을 쌓습니다. 겸손하라고 말하면서 겸손을 자랑하고 팔며 삽니다.

성장배경도 데뷔과정도 그리고 스타로서의 주관도 대척점에 있는 나훈아와 임창정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생각한 바와 말했던 바 그대로를 일관되게 실천하며 사는 드문 사람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별은 빛나서가 아니라 늘 제 자리를 지키며 우리에게 방향을 일러줘서 사랑받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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